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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내각 비망록]처칠 "드골은 파시스트的 인물"

입력 | 2000-01-05 20:00:00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시내각 총리 윈스턴 처칠과 프랑스 망명정부 수반 샤를 드골. 이들은 대전을 승리로 이끈 연합군측 주역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깊은 혐오감과 불신을 갖고 있었다. 특히 처칠은 드골을 몹시 싫어해 드골의 레지스탕스 운동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려고까지 했다.

이같은 사실은 1943년 5월 미국 워싱턴에 머물던 처칠이 런던의 클레먼트 애틀리 부총리와 앤서니 이든 외무장관 등에게 보낸 각종 전문과 비망록에서 밝혀졌다. 이들 문서는 영국 공공기록보관소가 4일 공개했다.

처칠은 1943년 5월21일 애틀리에게 보낸 전문에서“(드골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쓰라린 군사적 패배를 겪었음에도 마치 자신이 모든 프랑스 국민을 대표하는 양 내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처칠은 “내 동지들이 일개 정치세력에 불과한 드골을 제거해야 할지를 두고 (영국)의회 및 프랑스국민과 정면으로 맞서야 할 것인지를 시급히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처칠은 같은 날 이든에게 보낸 비망록에서 드골을 “영국과 미국에 철저히 비우호적인 인사이며 공산주의에 동조하고 심지어 파시스트적인 성향도 지닌 사람”으로 묘사했다.

처칠은 이든에게 보낸 비망록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대통령이 자신에게 보낸 서신을 동봉했다. 루스벨트도 서신에서 “드골이 정직한 사람일지는 모르지만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착각하는 ‘구세주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반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영국 각료들은 드골 지원정책이 급변할 경우에 초래될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드골 지원을 주장했다. 결국 처칠은 내각의 뜻에 따랐다.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