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머리카락은 못 자른다.”
구한말 단발령에 항거하는 선비 얘기가 아니다.
6일 미국으로 떠난 이상훈(29·보스턴 레드삭스)이 남긴 결연한 의지의 목소리다.
이상훈은 ‘갈깃머리’라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트레이드마크. 자신의 기량은 머리의 길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국내에서도 LG에서 뛸 때 잦은 마찰을 빚었지만 끝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고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도 치렁치렁한 긴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에 올랐었다.
이상훈이 보스턴과 계약할 때 신경쓴 부분도 바로 이 부분. 그는 ‘삼손’이라는 선수명으로 등록할 것과 구단에서 머리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내 이름을 영어로 쓰면 ‘상리(SANG LEE)’가 되는데 발음이 꼭 욕같고 영 안좋더라고요.그래서 일본에서 쓰던 삼손이란 이름을 그대로 쓰기로 했죠. 머리는 내가 알아서 하는 건데 구단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는 “만약 감독이 자르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는 “관두죠. 뭐”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이상훈이 뛰게 될 보스턴은 미국 내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도시. 자존심 강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이상훈이 과연 자신의 ‘갈깃머리’ 스타일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 또 보스턴 팬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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