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23일 영국 스탠스테드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KE8509편 화물기는 6일 영국 항공사고조사반(AAIB)의 발표에 따르면 자세지시계라는 계기가 고장났고 조종사가 이같은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일단 추정된다.
항공기 기수의 상하좌우 각도를 조절하는 자세지시계는 기장석과 부기장석에 각각 하나씩 있다. 또 이 지시계의 상하좌우 지시치를 감시하는 비교장치가 달려 있어 1초 동안 4도이상의 차이가 나면 경고음을 낸다.
사고기는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이륙후 고도 900피트에 도달했을 때 경고음이 처음 울린후 21초간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울리며 추락한 것으로 블랙박스의 비행기록장치(FDR) 분석결과 확인됐다.
▽직전 비행에서도 고장〓사고기는 사고 하루전인 22일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공항을 이륙한 직후 기장석 자세지시계의 고장상태를 이미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기장은 조종을 부기장에게 맡긴 후 스위치를 ‘정상(normal)’상태에서 ‘대치(alternate)’상태로 바꿨다. 약 5초후 기장의 자세지시계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경고도 사라졌다. 항공기관사는 기장석 자세지시계가 ‘선회중 신뢰성이 없다’는 기록을 남겼다.
▽정비책임 누구에게 있나〓사고기가 체류한 스탠스테드 공항에서의 정비는 대한항공과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FLS라는 현지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당시 대한항공 정비사는 현지정비사를 조종실로 데리고 가 기장석 계기의 정비를 요구했다. 이 현지정비사의 전공분야는 항공전자가 아니었으나 일단 정비에 나섰다. 대한항공 정비사는 이때 작은 연결부위의 2번소켓이 뒤로 밀린 것을 알아냈다. 현지정비사는 “전문기술을 갖고 있는 항공전자분야 정비사에게 정비를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분야 전공의 다른 정비사가 불려와 정비를 마칠 때까지 대한항공 정비사가 작업상황을 지켜보았다. 대한항공 정비사는 시험가동을 한 결과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OK서명을 했다.
만약 정비불량이라면 책임은 일단 대한항공측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다만 현지정비사의 잘못이 확인되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따름이다.
▽아직도 남는 의문〓자세지시계가 완벽하게 정비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은 비행기가 스탠스테드 공항을 이륙한 후였다. 정비작업을 지켜본 대한항공 정비사가 계기이상을 사전에 조종사들에게 알렸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사고기에 탑승해 사망했기 때문. 따라서 조종사들이 계기결함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어 비상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타슈켄트 공항 이륙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스위치를 전환함으로써 간단히 문제를 해결했는데 사고직전엔 왜 그렇게 하지못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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