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들은 손오공하면 여의봉보다는 스케이트보드를 떠올린다. 이는 TV 인기만화인 ‘날아라 슈퍼보드’의 영향 때문.
‘신세대 손오공’은 구름 대신 날렵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멋지게 하늘을 날며 활약을 펼친다.
홍세린양(9·백석초등교3). 물론 홍양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이 만화의 열렬한 팬. 우연한 기회에 스케이트보드를 탔다가 이 분야의 최고가 된 ‘어린이 스케이트보드 챔피언’이다.
경기 일산에 살고 있는 홍양은 98년 2월 보드판매 전문점인 ‘토마토클럽’에 들렀다가 스케이트보드를 탈 기회가 있었다.
클럽 주인은 보딩 경력 20년의 ‘토마토 아저씨’ 조성삼씨(41).
조씨는 스케이트보드가 좋아 일산에 전문판매점을 내고 스케이트보드보급에 나서고 있는 전문가. 채식주의자인 조씨는 토마토를 가게이름으로 내걸 정도로 토마토를 좋아한다.
그는 가게에 들른 홍양에게 장난 삼아 “스케이트보드를 타 볼 거냐”고 말을 붙였다. 그러나 웬걸. 이 꼬마 아가씨는 처음부터 겁도 없이 가르쳐 주는 대로 잘도 따라하는게 아닌가. 조씨는 세린이가 너무 기특해 당장 수제자로 삼았다.
그리고 2년. 세린이는 주말 오후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리는 ‘보드강습회’에서 ‘토마토 아저씨’의 숙달된 조교로 자리잡았다.
아직 힘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기술은 하기 힘들지만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여성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드롭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드롭인’ 기술은 하프파이프(원통을 수직으로 자른 보드 기구) 위에서 보드를 타고 낙하하는 기술로 웬만한 성인 남자선수들도 두려워하는 고난도 기술.
아버지 홍석균씨(37)는 “억지로 운동을 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세린이가 워낙 스케이트보드 타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칠까봐 걱정이 되면서도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세린이의 쌍둥이 언니인 세진양은 전혀 운동과 거리가 멀다는 것.
일란성 쌍둥이로 5분 먼저 태어난 언니 세진이는 피아노와 글짓기가 취미. 내성적인 언니와 비교해 세린이는 외향적이고 운동 감각을 천부적으로 타고났다는 평가.
세린이는 “슈퍼보드 만화를 보면서 신나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생일날 아버지와 우연히 스케이트보드 판매점에 갔다가 꿈을 이루게 됐다”며 “보드에만 올라서면 신이 난다”고 말했다. 아버지 홍씨는 앞으로 딸이 원한다면 스케이트보드 프로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을 할 방침.
스케이트보드는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X게임 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종목. 앞으로 몇 년 후면 ‘골프여왕’ 박세리 못지 않은 ‘스케이트보드 여왕’ 홍세린의 탄생도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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