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분유 ‘씨밀락’을 먹이면 아이가 ‘롱다리’가 된다는데….”
서울 강남지역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아기를 둔 엄마들 사이에 분유성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수입품 전문 취급점인 서울 숭례문 수입상가에선 미군 피엑스(PX)를 통해 흘러나온 씨밀락 조제분유 400g들이 1통이 2만원에 팔리고 있다. 그나마 없어서 못팔 정도. 그러나 정식 수입된 씨밀락 분유 400g 1통 값은 8900원이다.
이 분유의 수입업체인 한국애보트의 최성철씨는 “미군을 통해 나온 씨밀락 분유는 신생아용으로 한국애보트에서 수입 판매하는 씨밀락과 성분이 99.9% 동일하다”고 말했다.
0.1%의 차이는 피엑스 물품엔 항산화제인 ‘소디윰 셀레나이트’가 들어있다는 것.
그렇다면 혹시 소디윰 셀레나이트가 롱다리를 만드는 성분은 아닐까?
이에 대해 최씨는 “소디윰 셀레나이트는 국내 식품첨가물공전에 들어있지 않은 성분이기 때문에 한국판매용은 미국서 제조할 때 이 성분을 아예 안넣고 있다”며 “아기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성분도 아니어서 굳이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아영양을 전공한 서울대의대 서정기교수(소아과)는 “소디윰 셀레나이트는 영양성분이 아니라 노화를 방지하는 성분일 뿐이며 분유에 첨가했다고 해서 아기에게 도움이 될지는 안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각 분유회사마다 자기회사에서 첨가한 성분이 아기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다고 서교수는 잘라 말했다.
분유를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엄마젖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 분유회사에서 질이 떨어지는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의 함량을 줄이고 유단백질의 함량을 늘리는 한편 탄수화물의 함량을 높이는 것도 엄마젖에 가까운 분유를 만들기 위해서다.
여기에 ‘내 아이는 특별해야 한다’는 엄마들의 심리만족을 위해 분유회사에서는 머리가 좋아진다거나 소화흡수를 도와준다는 성분을 ‘조미료 넣듯이’ 앞다투어 첨가하고 있다. 수입품인 씨밀락의 영양성분이 33개인데 비해 국내산인 남양유업의 ‘임페리얼 드림’이 49개, 매일맘마의 ‘매일맘마 iQ’는 45개나 된다. 더구나 한두가지 성분을 더 넣었다는 이유로 값이 나날이 비싸지는 추세.
서울중앙병원 김기수교수(소아과)는 “미국에서는 머리가 좋아지거나 소화흡수를 도와준다는 성분이 별 의미가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별히 선전하지 않는다”며 “지금 우리나라에서 미국산 분유가 주목받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라고 말했다.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