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성을 돈벌이나 노리개로 삼는 사회에서 도덕과 양심을 얘기할 수는 없다.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은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양심에 호소하는 전쟁이다. 서울 종암경찰서에 첫 여성경찰서장이 부임해 미성년 매매춘을 뿌리뽑겠다고 선언하자 이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 매춘행위가 얼마나 공공연했으면 경찰서장이 취임 일성으로 이의 근절을 선언하는 지경이 됐는지 참으로 부끄럽다. 그러나 한편 매춘 근절의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이 사회가 건강하다는 위안도 받게 된다.
매춘은 분명 법으로 금지돼 있다. 누구도 그 행위를 떳떳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창가 홍등가나 티켓다방 등 성을 사고 파는 장소는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늘어나는 추세고 최근에는 전화나 전자우편을 통한 이른바 10대 원조교제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로 여성단체 등이 앞장서 윤리와 양심의 마비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지만 정작 단속해야 할 경찰은 뒷짐지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업주와 경찰의 결탁설이 나돌았고 또 그것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을까. 결국 가정과 사회는 성 상품화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었고 보호하고 가꿔야 할 청소년의 윤리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는 어른들의 한탄거리로만 전락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서울의 대표적 사창가이자 미성년자 매매춘의 온상이었던 속칭 ‘미아리 텍사스’에 메스를 댄 김강자 종암경찰서장은 이같은 청소년 무대책 무방비의 행정을 스스로 때려치우려는 싸움에 뛰어든 것이다. 진정 보호하지는 않으면서 청소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만 앞세웠던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반기를 든 것이고 마비된 양심에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한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 싸움의 결과가 어찌 될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전망이 엇갈린다. 검경 지도부까지 나서 지속적 단속을 강조한데다 시민단체들의 협조 성원도 줄을 이어 매매춘 근절의 계기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고 결국은 ‘반짝 단속’에 그치거나 사창가 이전 효과만 내고 말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선언이 성공하려면 어른들 모두가 이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미성년과 윤락행위를 한 사람의 이름 공개조차 법에 못박지 못하면서 이의 근절을 얘기하기는 힘들다. 윤락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전업유도 등 종합대책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성을 노리개나 돈벌이로 삼으려는 어른들을 어른 스스로가 규제하며 양심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미성년 매매춘은 뿌리뽑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