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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선대인/金서장만의 '전쟁'아니다

입력 | 2000-01-09 19:54:00


한국 최초의 여성 경찰서장이 벌이고 있는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이 새해 벽두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조교제’다, ‘영계산업’이다 하면서 10대 매매춘의 문제를 어쩔 수 없는 세태의 흐름으로 방치하면서 문제 자체를 외면해버린 것이 과거의 분위기였다면 미성년 매매춘 문제를 전면에 꺼내놓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를 만든 것만 해도 상당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평소 정부가 하는 일에 냉소적이기 그지없었던 시민단체와 여성단체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김강자 서울종암경찰서장은 8일에도 경찰서 강당에 140여명의 ‘미아리텍사스’ 업주들을 모아놓고 “어린 아이들에게 윤락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동물’일 뿐이다”고 질타하며 강력한 단속의지를 표명했다.

김서장의 단속열정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에선 “단속만으로 되겠느냐”는 회의론을 제기한다. “왜 법으로 금지된 매매춘 전체가 아닌 미성년매매춘만 문제삼느냐”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직업인 매매춘을 일개 서장의 힘으로 없앨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근원적인 해결책이 전제되지 않고 단속만 하면 음성화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소리들이 있다.

이런 주장들은 ‘미성년 매매춘 문제를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다분히 냉소적인 입장에서 나온 것이지만 뒤집어 보면 매매춘 문제를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다룰 시기가 됐음을 시사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매춘이란 용어가 매매춘으로 자연스럽게 바뀐 것도 ‘성을 파는 여성’이 문제가 아니라 ‘성을 사고 파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강지원(姜智遠)위원장은 “매매춘 근절이 쉽지 않은 만큼 젊은이들의 삶을 망치는 미성년 매매춘만이라도 먼저 근절해야 한다”며 어른의 각성을 촉구했다.

김서장의 활동을 계기로 기성사회가 미성년매매춘 문제 근절을 위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할 때다.

선대인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