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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소비자파워]한국은…/독과점 업체 70%

입력 | 2000-01-10 21:14:00


민주주의의 요체가 유권자의 권리행사로서의 투표에 있다면 자본주의는 소비자가 ‘화폐’로 자신의 의사를 나타내는 시스템. 어느 기업이 흥하고 어느 기업이 퇴출될지를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소비자 주권’이 얼마나 보장되고 있을까. 정치적 민주화가 실현된지 얼마 안된 것처럼 소비자 주권 역시 그 역사가 일천하다.

우선 소비자주권의 뿌리격인 ‘경쟁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1∼3 개의 기업이 한 산업분야를 독점 또는 과점하는 경우가 전체 산업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당연히 이런 상태에서는 기업의 사활을 건 치열한 경쟁이 나타나기 어렵다.

독점기업인 공기업의 1년 매출이 70조원을 넘는다. 마치 유권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성정치인이나 정치구조가 정치신인의 진입을 막고 있는 것과 같은 격이다.

경쟁이 없는 산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우리의 금융업과 유통업을 보면 알 수 있다.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 수출기업은 그나마 외국기업과 경쟁하다보니 조금 낫지만 내수시장만 바라보는 금융업은 관치금융 속에 수십년간 사실상 담합에 가까운 영업을 해 왔다. 이러다 보니 국내 은행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아시아에서도 최하위다.

유통업체들은 아직도 가격경쟁보다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각종 행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각종 경품과 과당 광고로만 경쟁을 할 뿐 진정한 의미의 가격파괴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 정책총괄과의 송하성(宋河星)과장은 “우리나라는 아직도 생산자의 힘이 소비자를 압도하는 상황” 이라며 “21세기는 소비자가 주인인 경제시스템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도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atchd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