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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龍(용)

입력 | 2000-01-11 19:52:00


중국 사람들이 끔찍이 섬기는 동물에 ‘四靈(사령)’이란 것이 있다. 龍 鳳凰(봉황) 麒麟(기린) 거북이다. 각기 상징성을 부여했는데 龍은 皇帝, 鳳凰은 吉祥의 상징이다. 참고로 수컷이 鳳이고 암컷이 凰이다. 麒麟은 자손과 행복, 거북은 건강과 장수의 상징이다.

四靈 중 으뜸은 龍으로 이놈의 모습은 기괴하기 이를 데 없다. 몇년 전 유행했던 영화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공룡으로 인식하면 큰 착각이다. 호랑이의 머리에 뱀의 몸뚱이, 독수리의 발톱, 사슴뿔의 형상을 하고 있다.

물론 그런 동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四靈 중 실존동물은 거북뿐이다.

架空(가공)의 동물임에도 중국 사람들이 龍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고 그들만큼 龍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스스로 龍의 후손(龍的傳人)을 자처하는가 하면 자기 나라를 龍의 땅(龍的土地)이라고 한다. 자연히 龍은 생활 깊숙이 침투해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광고는 물론 집기, 심지어는 龍 모양의 등(龍燈)과 배(龍舟)도 있다.

이렇게 龍을 숭상하는 까닭은 龍이 지닌 무한한 능력 때문이다. 이놈은 작아지려고 마음먹으면 번데기만해지지만 커지려고 하면 천하를 뒤덮을 수 있다. 아래로는 깊은 연못에 잠길 수도 있는 반면 위로는 구만리 창천을 솟구칠 수도 있으며 비구름을 마음대로 부린다.

如意珠(여의주)라도 입에 무는 날이면 온갖 조화를 다 부린다. 한마디로 無所不能(무소불능)의 존재인 것이다.

올해가 庚辰年, 龍의 해다. 如意珠를 문 龍처럼 올 한해 독자 여러분 萬事亨通(만사형통)하기를 祈願(기원)한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