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번 돈, 후학들을 위해 아낌없이 쓰겠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기업을 설립한 서울대 공대교수가 모교 연구소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쾌척했다. 이 교수는 올해 안에 후학들을 위한 장학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이 대학 전기공학부 정덕균(鄭德均·42)교수. 정교수는 95년 10월 미국 UC버클리 공대 유학시절 동료였던 재미교포 데이비드 리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 ‘실리콘이미지’라는 벤처기업을 공동 설립한 뒤 ‘떼부자’가 됐다.
이 벤처기업이 기존 컴퓨터의 모니터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꿔 해상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컴퓨터용 차세대 평판 모니터 개발에 성공해 세계 최대 컴퓨터제조업체인 컴팩 인텔 등에도 납품하는 등 불과 4년여 만에 연간 매출 2000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 현재 정교수는 이 회사의 기술개발을 담당하고 기업 운영은 동료 리가 맡고 있다.
정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단지는 까다로운 법적 제재가 없고 마케팅망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세계 유수의 대기업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유용했다”고 말했다.
실리콘이미지사는 지난해 10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주식값이 폭등했고 정교수도 어림잡아 100억원대의 돈방석에 앉게 됐다.
정교수는 1일 자신이 집적시스템설계센터 소장으로 있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 거액을 기부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2년간 16차례에 걸쳐 12만5000달러씩 기부하는 조건으로 50만달러는 연구소 발전기금으로, 나머지는 인터넷 및 고속통신을 위한 핵심메모리칩 개발 프로젝트에 쓰일 예정이다.
정교수는 “돈을 벌어 모교에 기부하는 건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관행으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며 “올해 안에 가장 시세가 좋을 때 보유 주식을 팔아 후학들을 위한 장학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