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시대를 반영한다.
경기가 좋은지 나쁜지, 어떤 업종이 뜨고 지는지 광고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재계에 커다란 판도 변화를 불러온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지난해 거세게 불어닥친 정보통신 열풍…. IMF이전인 97년부터 99년까지 3년간 한국광고데이터가 집계한 ‘100대 광고주 4대 매체 광고비 현황’을 통해 재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었는지 분석해본다.
▼10대 광고주 6000억 지출▼
▽99년 광고비,IMF이전 수준 회복〓10대 광고주의 97년 광고비는 5200억원 가량이었으나 98년에는 15% 정도 줄어든 44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는 97년보다 늘어난 6000억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지킨 삼성전자의 광고비도 97년 1002억원에서 98년 67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가 지난해는 1070억원으로 97년 수준을 회복했다.
▼현대 계열사도 부진▼
▽전통의 광고주 퇴진〓지난해 IMF의 거센 바람에 무너진 대우그룹의 퇴조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대우그룹은 97년 3위를 차지한 대우자판과 10위를 기록한 대우전자 등 4개 계열사가 50위권에 들어 ‘대접받는’ 광고주였지만 지난해에는 대우자판이 7위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50위권에 2개 계열사만 진입시켰다.
반도체 빅딜에 시달리고 부채비율 200%를 맞추느라 고생한 현대그룹도 현대자동차가 97년 4위에서 작년에는 한 계단 내려갔고 12위였던 현대전자는 26위로 주저앉았다. 현대증권이 ‘증권 바람’을 타고 10위에 올라 그나마 체면을 지켰다.
▼증권-정보통신업체 약진▼
▽신흥 광고주 부상〓SK의 약진이 눈부시다. 97년 5위였던 SK텔레콤이 98,99년 연속 2위를 차지하면서 삼성전자에 이어 ‘부동의 2위’를 굳힐 태세. SK㈜도 97년 24위에서 지난해 14위로 크게 도약했다.
업종에서도 ‘신흥 세력’이 눈에 띄게 부각됐다. 정보통신업체와 증권사들이 신흥 세력의 대표주자. 97년의 경우 SK텔레콤 5위, LG정보통신 18위, 데이콤 20위 등 20대 광고주에 3개 업체만 들었으나 지난해는 SK텔레콤 2위, 한국통신 12위, 한통프리텔 13위, LG텔레콤 15위, 한솔PCS 16위, 신세기통신 20위 등 정보통신업체가 20위권에 대거 진입, ‘주류’로 자리잡았다.
증권사의 경우 97년에는 100대 광고주에 포함된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주요 일간지 1면 광고를 ‘독식’하다시피한 현대증권이 10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삼성증권(23위) 대우증권(36위) LG투자증권(39위) 굿모닝증권(61위) 한화증권(64위) 대신증권(74위) 세종증권(85위) 동원증권(99위)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100위권에 들었다.
외국기업도 97년에는 한국휴렛팩커드(82위)가 유일했지만 지난해에는 모토롤라(40위), 한국코카콜라(41위), 한국피앤지(50위), 한국존슨앤드존슨(76위), 한국존슨(84위), 한국네슬레 (90위)등이 주요 광고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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