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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당국 "요즘은 걸리는 게 없다"… "정보바닥" 한숨

입력 | 2000-01-12 19:02:00


“사정(司正)정보가 거의 바닥났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12일 “지난해 말부터 사정과 관련된 고급정보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전에는 제보가 쏟아져 들어 왔으나 이제는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녀도 도대체 걸리는 게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사정정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이른바 ‘지도급 인사’로 분류될만한 사람들의 각종 비리혐의에 관한 정보를 통칭하는 것.

이 문제와 관련해 여권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사정정보의 빈곤이 여권의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지 않나 하는 점.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사정정보가 줄어든 것은 ‘옷사건’ 등으로 여권에 대한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진 탓도 있지만 정보를 건네줘도 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 때문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최근 공무원들 사이에 청와대 근무 선호현상이 예전처럼 높지 않은데 대해서도 우려하는 여권인사들이 적지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전에는 각 부처에서 엘리트공무원들이 앞다퉈 청와대근무를 하려고 했는데 최근 들어 그같은 현상이 주춤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공무원들은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부처의 힘이 커졌고 부처마다 구조조정으로 자리가 줄어 예전처럼 청와대근무를 했다고 해서 부처 복귀 후에 좋은 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피력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같은 설명을 수긍하면서도 우려의 기색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근무에 따른 이점이 줄었다 해도 일부 공무원들이 청와대근무를 기피할 정도라면 청와대근무가 향후 자신들의 경력관리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까봐 우려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여권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확고히 잡지 못하거나, 4월 총선에서 안정의석 확보를 통한 ‘힘의 우위’을 보여주지 못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관측들이 여권 내부에서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