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저녁, 서울 사간동 금호갤러리 3층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랫만입니다. 새 밀레니엄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실내가 많이 달라졌군요….”
97년 6월 이래 2년 7개월동안 계속되고 있는 금호갤러리 금요콘서트의 2000년 첫 공연이다. ‘오랫만’이라는 인사가 많이 들려온 것은 두 달 동안 공연장을 수리했기 때문. 지난해 11월까지 이 공간은 갤러리와 연주장을 겸하고 있었다. 구석자리에 소리가 명쾌하게 들려오지 않고, 접이식 의자가 삐걱소리를 내자 미술관측은 3층을 전문 공연장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전문 음향컨설턴트 팀의 도움으로 풍요하면서도 차분한 소리를 지어내는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음향컨설턴트 도움 받아▼
지난 주 공연장을 둘러본 피아니스트 로한 드 실바는 ‘풍요하면서 섬세한 소리가 구석구석 들린다’ 고 합격 판정을 내렸다.
햇수로 4년째가 되면서 금요콘서트에는 고정팬도 많아졌다. 지난 해부터는 10대 새별들을 소개하는 ‘영재 콘서트’ 도 시작됐다. 성북동 등 서울 ‘북촌’의 전통적 ‘교양시민’들이 주요 관객이다. 연세대 이학종교수 (경영학과)는 휠체어를 탄 채로 거의 매주 ‘개근’ 한다. 영화배우 안성기씨 등 유명인도 가끔 모습을 보인다.
▼줄리엣 강 연주등 눈길▼
좌석 수는 180석. 큰 공연장 입장에서 보면 한 열(row) 크기에도 못미치는 규모이지만, 150회가 넘는 공연을 거치면서 연인원 3만3000여명이 이 아늑한 음악회를 찾았다. “분위기가 좋고, 프로그램이 학구적인 점이 마음에 들어요.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전곡을 연주한다거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다 선보인다는 것은 일반 연주장에서는 생각하기 힘들거든요.” 연주회를 보러 온 한 음대생의 말.
1월 무대에 올려주는 프로그램에는 ‘새천년 특별 연주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연주자의 면면은 분명 ‘특별’ 하다. 7일 첼리스트 이유홍에 이어 14일 서울대교수 최희연(피아노), 21일 줄리엣 강(바이올린), 28일 리비아 손(바이올린)의 연주가 펼쳐진다.
줄리엣 강은 미국 뉴욕타임스가 ‘30인의 신예 아티스트’로 선정해 눈길을 끈 인물. 리비아 손은 미국 아스펜 음악제 등에 단골로 참가하고 있다. 모두 1급 외국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에 당장 솔리스트로 설 수 있는 중량급 신진이다.
화요 영재콘서트도 눈여겨볼 만 하다. 18일에는 빈 국립음대 최연소 재학생 김윤희 (8·바이올린)가, 25일에는 3회 차이코프스키 청소년 콩쿠르 2위 입상자 권혁주(14·바이올린)가 기량을 선보인다. 공연은 매회 7시반에 시작된다. 02-75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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