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 나는 극장을 두 번 갔다. 한 번은 영화 ‘러브 레터’를 보기 위해, 또 한 번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가족 뮤지컬 ‘루루와 열두 요정’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나는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연기에 의한 환상 여행이었다. 두 편 다 아름다운 겨울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나는 동화를 쓰는 사람으로 ‘루루와 열두 요정’을 남다른 애정을 갖고 보았다. 어린이는 몸은 낮에 자라고, 지혜는 밤에 자란다. 어린이는 낮에 안가는 데 없이 작은 발로 뛰어 다니지만, 밤에는 까만 벨벳에 싸인 세상으로 환상여행을 떠난다. 도깨비를 만나고 별님을 사랑하고 어른들이 가 볼 수 없는 지평선과 수평선을 넘나드는 꿈을 꾼다.
‘루루와 열두 요정’은 어린이들의 기대대로 겨울 숲 속 풍경을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로 바꿔놓고 있다. 거기에서 사계절과 열 두 달을 주관하는 열 두 요정이 고통받는 선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선물을 준다. 이는 무엇보다도 값진,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관계가 아닌가. 이 작품의 원작자 사무일 야코블레비치 마르샤크는 눈의 나라 러시아 출신답게 겨울 숲의 아름다운 환상 이야기 속에서도 어린이에게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빼놓지 않는다.
나는 가정의 행복 만들기 중 자녀와의 추억짓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조르면 마지 못해 나서는 그 흔한 음식점 나들이 보다도, 아이의 손목을 꼭 잡고 추운 바람을 헤쳐서 공연장엘 가보라. 달아나는 토끼와 좇아가는 늑대를 보면서 가슴 조이고, 나무하러 겨울산에 올라간 소녀의 슬픔을 함께 반추해 보며, 마침내 상상 속의 꿈이 이뤄져 은마차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소녀에게 아이랑 함께 박수를 치면서 객석에서 일어나 보라. 어른의 가슴 속으로도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과 같은 동심이 느껴질 것이다. 30일까지. 화수 3시, 목금토일 2시 5시. 02-399-1647
정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