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던 러시아 교포3세 소년 알렉세이 김(11)이 고국 동포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새 삶을 찾았다.
부산 동아대병원은 골수이식의 일종인 제대혈(臍帶血·탯줄내의 혈액) 이식수술을 받은 김군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한 결과 수술에 성공했다는 최종 판정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김군의 골수를 검사한 결과 제대혈을 제공한 여아의 혈액유전자 세포가 완전히 생착(生着)돼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백혈병 세포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군은 앞으로 2∼3개월간 병원에서 마무리 치료를 받은 뒤 자신이 살던 러시아 사할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군의 어머니 김순자씨(46)는 서툰 한국말로 “고국 동포들이 헌신적으로 우리를 도와준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아들도 한국인의 피를 갖고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군이 백혈병 치료를 받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고국을 찾은 것은 지난해 8월. 아버지 김성일씨(48)가 98년부터 모 선박업체의 통역관으로 일하고 있는 부산에 가면 백혈병을 고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1000여만원을 갖고 동아대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수술비가 1억원에 이른다는 병원측의 말을 듣고 한때 치료를 포기하기도 했으나 병원측의 도움과 각계의 성금(7000여만원) 등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헬리콥터로 제대혈을 공수받아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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