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대통령의 당적이탈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야당은 총선을 공정하게 치르고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당적을 이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통령제의 본뜻을 망각한 무책임한 요구라고 반박한다.
▼ 찬성 ▼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건만 여야 갈등이 격화하면서 의회 무용론과 정당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옷로비 의혹이나 도감청 의혹, 조폐공사파업유도공작 의혹 등에서 보듯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집권당은 야당시절보다 당내 민주화, 정책정당의 모습에서 후퇴하였고 보스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의지만 따르는 여당은 의회를 통법부로 만들어 의정활동의 자율성마저 잃어버리게 했다. 여당이 정치력을 회복해 정당정치를 활성화시키고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정당을 벗어나야 한다.
새천년을 맞아 정치도 새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은 국민에게 희망의 불씨를 살려줄 것인지, 아니면 국민 모두를 절망시키고 말 것인지 가름하는 고비가 될 것이다. 총선이 공정하게 치러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며 이를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통령의 당적이탈이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 대통령이기에 앞서 국민회의 또는 신당의 수장으로 비쳐져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있었던 대통령 신년사는 그런 점에서 유감이다. 예산의 뒷받침도 되지 않은 선심성 공약들을 이 시점에 내놓은 것이나 신당의 홍보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은 대통령의 공명선거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올해 공공근로사업비의 65%가 총선 전에 집중된다는 사실은 정부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으로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의 부담에서 벗어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그렇게 됐을 때 비로소 국민대통합의 화해 정치가 가능한 것이다. 대통령이 다수의석 확보를 위한 눈앞의 선거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통해 국민의 역량을 모아야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맹형규
▼ 반대 ▼
한나라당의 대통령 당적이탈 요구는 정당정치 및 책임정치의 원리에 어긋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표출된 민의를 무시하는 것이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무책임한 정략이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은 정당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실행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국민의 참정권은 대체로 정당활동에 참여하거나 특정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형태로 행사된다.
대통령제 나라에서 정당을 매개로 한 참정권 행사의 가장 중요한 대상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회의의 후보로 그 정치노선에 따른 공약을 가지고 당선됐다. 국민은 김대통령 개인을 선택함과 동시에 그 소속정당을 선택했다. 이 점을 부인한다면 여야간 정권교체의 의미를 무시하는 것이므로 비현실적이다.
그러므로 김대통령이 여당의 뒷받침으로 국정을 수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의무이다. 국민은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을 지지 또는 반대함으로써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만일 대통령이 당적을 이탈한다면 국민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그동안 여야간에는 많은 갈등이 있었고 국회는 대치 상태에 빠져 국민을 실망시켰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이 당적을 이탈한다면 국회가 어떤 혼란상을 보이며 국정을 난맥으로 몰아갈 것인지 상상하기도 두렵다.
총선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 거국내각 구성 제의를 거부한 한나라당이 이제 와서 세계에 유례가 없는 대통령의 당적이탈을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정략으로 비칠 것이다. 책임정치 구현과 국가위기 관리를 위해 대통령의 당적 이탈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천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