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거는 선거자금의 법적 상한선이 없다. 모금을 많이 한 사람은 그만큼 많은 ‘돈’을 활용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죽’을 쑨다. 선거자금 모금 능력은 곧 당락의 주요변수다. 그래서 후보자들은 모금에 사활을 걸고 선거비용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대통령선거의 경우 1860년 링컨은 겨우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를 쓰고 당선됐지만 1996년 클린턴의 선거비용은 1억9600만달러(약 2400억원)나 됐다. 화폐가치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차이다.
▷이번 미국선거는 어떤가.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부시는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던 작년에 이미 6300만달러(약 750억원), 민주당의 고어후보는 2900만달러(약 340억원)를 모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어와 경쟁을 하고 있는 브래들리 전상원의원은 2700만달러(약 320억원)를 모금해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대선자금은 양당 모두 합쳐 4억달러(약 4200억원)는 족히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상하원 선거까지 포함하면 선거자금은 30억달러(약3조6000억원)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선거철만 되면 이처럼 어마어마한 ‘돈’이 돌아다니는 미국이지만 그 ‘돈’의 흐름은 유리처럼 투명하다. 예를 들어 브래들리후보 금고에는 현재 830만달러가 남아 있고 부시후보와 경합중인 매케인후보의 금고에는 150만달러가 남아 있다는 계산도 공표된다. 각 후보는 모금액수가 인기의 척도여서 이를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는다. 더구나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일일이 체크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고 있어 후보자들이 거짓말을 할 틈이 없다.
▷우리는 미국과 달리 선거비용제한액이 있다. 이 제한액은 선거구 사정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5대 총선 때는 후보 1인당 평균 약 8100만원, 대선 후보의 경우에는 1인당 약 310억원이었다. 후보자들의 선거자금 사용 신고액을 보면 국회의원후보는 평균 4600만원, 대통령후보는 김대중(金大中) 261억원, 이회창(李會昌) 약 200억원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초과지출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누가 들어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언제까지 이런 거짓말을 할 것인가.
남찬순 chans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