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광고대행사 이데아코리아의 카피라이터 강지은씨(27·서울 종로구 혜화동)는 현관 바로 앞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자기 차로 출근한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회사까지 40분.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사무실로 들어간다.
▼긴 코트는 싫다▼
거리패션과는 다른, 여성 오너 드라이버의 옷차림이 새로운 패션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히터와 에어컨이 잘 갖춰진 자동차 안은 ‘시즌리스(Seasonless) 지대’이기 때문.
코트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 차에 오르내릴 때마다 긴 코트를 입었다 벗었다 해야 하고, 또 그게 귀찮아서 입고 운전하려면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다.
여성 오너드라이버가 보편화된 선진국의 패션 컬렉션을 보면 디자이너들은 코트에 대해 더 이상 애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너 드라이버를 위한 코트 대용품은 짧은 가죽잠바나 숄. 베스띠벨리 디자인실장 정소영씨는 “정장 위에 그냥 숄을 두르거나 티셔츠 위에 스웨터나 카디건을 껴입은 뒤 숄을 둘러도 좋다” 며 겹쳐입기를 제안했다.
▼하이힐은 위험▼
키가 작은 편인 강씨는 하이힐을 즐겨 신는다. ‘초보’일 때는 단화를 차안에 놔두고 근무할 때만 하이힐을 신었지만 초보딱지를 떼자마자 단화를 치워버렸다.
그러나 하이힐 신고 운전하는 것은 자칫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 최근 일본에서 굽높이 11㎝의 하이힐과 2.5㎝의 운동화를 신고 실험한 결과 하이힐의 경우 운동화 보다 위험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이 0.05초 늦어 차가 1m 더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두업체 조이의 황경화 기획실장은 “오너 드라이버에겐 롱부츠가 불편하기 때문인지 앵클부츠와 롱부츠의 판매량 격차가 2,3년전의 6대4에서 8대 2로 더욱 벌어졌다”며 “오너드라이버가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밟기 좋도록 뒷꿈치를 45도 각지게 만든 구두가 잘 팔린다”고 했다.
▼가방끈은 짧아야 좋다▼
여성 오너 드라이버는 ‘가방끈이 짧은 것’을 좋아한다. 메고 걸어다닐 필요없이 잠깐씩 들고 다니면 그만이므로. 큰 것도 필요없다. 요즘 유행하는 작은 토트백이나 핸드백이면 족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잡화팀 한광영과장은 “주부들이 차를 몰고 쇼핑을 갈 때도 지갑과 핸드폰만 넣을 수 있는 토트백을 선호한다”며 “토트백과 핸드백의 판매증가율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반면 우산은 커졌다. 3단접이 작은 우산 대신 큼지막한 장우산을 선호하는 것도 여성 오너 드라이버의 특징. 햇빛 때문에 겨울에도 선글라스를 빼놓지 않는다.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