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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세 새바람' 분다…인터넷사업-분위기쇄신 앞장

입력 | 2000-01-13 19:56:00


재계에 ‘3세 바람’이 거세다. 창업주가 일으킨 대기업들을 수성, 확장하는 데 일생을 바쳐온 2세 경영인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몸을 사리고 있는 사이 패기와 첨단지식으로 무장한 3세들이 신 사업을 개척하거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3세 바람의 ‘선봉장’은 삼성 이건희회장의 아들 재용씨(32). 97년 말부터 일기 시작한 인터넷 바람을 타고 최근 삼성의 주요 인터넷사업을 물밑에서 지휘하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와 새롬기술의 전략적 제휴, 에버랜드 등 삼성계열사가 컴퓨터 백신업체인 하우리 지분을 인수한 것 등이 재용씨의 작품. 재용씨는 3월 삼성SDS에서 분리해 독자 출범할 유니텔의 신임 사장 영입작업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이같은 재용씨의 행보를 ‘3세 경영’으로 평가하는 게 부담스러운 눈치. 그러나 일가그룹인 제일제당(이재현부회장·39) 한솔(조동만부회장·46) 신세계(정용진상무·31) 새한(이재관부회장·36) 등은 이미 3세 경영이 정착됐다.

오래전부터 루머성으로 전해지다가 최근 공식 확인된 이건희회장의 암투병 소식은 재용씨의 경영권 인수작업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세 바람은 삼성 밖에서도 불고 있다. 작고한 최종현SK회장의 장남 태원씨(39)는 SK㈜의 전자상거래 사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사내 영어회의를 주도하고 신입직원들과 격의없이 대화하는 등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SK 관계자는 “중후장대형 사업구조를 유연하게 바꾸는 데 태원씨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동생 재원씨도 SK텔레콤 내 ‘IMT2000추진본부’의 임원으로 활약중.

이웅렬코오롱회장(43)은 부친 이동찬명예회장이 조부와 함께 창업, 경영세대로는 2세에 속하지만 가족내에선 3세 경영인. 최근 자신이 주재하는 사장 임원회의를 ‘서류없이’ 치를 것을 지시, 임직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중요 보고사항 정도는 머릿속에 집어넣고 회의를 해야 한다는 것.

구본무LG회장과 박용오두산회장은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3세 경영을 시작했다. LG는 선대회장이 물려준 반도체사업을 지난해 빅딜과정에서 현대에 넘기는 아픔을 겪었지만 정보통신 분야 등으로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진행시켜왔다는 평. 박용오회장은 아예 “선대회장이 물려준 사업이라도 팔 때는 팔아야 한다”는 ‘전천후’ 자산매각 전략을 내세워 두산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3세 바람이 4세 경영인으로 넘어갈 공산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이사회 중심경영이 강화되는 한편 지주회사 설립요건이 완화되면 대주주 일가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현 재벌관행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 3세 경영인들에게 ‘가업(家業)’이란 개념이 희박한 것도 경영권 대물림을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