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 회장은 왜 전격적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을까.
게이츠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좋아하는 분야로 돌아가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며 “내 시간을 송두리째 새 소프트웨어 연구에 쓸 것”이라고 퇴진 배경을 설명했다. 차세대 윈도 개발에 전념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PC 시대가 쇠퇴하고 인터넷 혁명이 시작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는만큼 게이츠가 ‘소프트웨어 설계’라는 주특기에 전념하기로 한 것을 당연한 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미국 정부와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게이츠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게이츠의 결정은 법무부가 MS를 3개사로 분할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은 지 하루 만에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반독점 소송은 MS가 법무부와 타협하지 않는 한 MS가 패배할 가능성이 99%에 가깝다는 게 미국 법조계의 판단이다. 결국 게이츠가 MS의 분사라는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해 미리 타협의 명분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미래연구소의 폴 사포 소장은 13일 “게이츠는 자신의 오른팔인 스티브 발머를 내세워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는 인상과 ‘게이츠가 없으면 MS도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미 언론은 게이츠의 CEO 퇴진을 MS의 분사 이후까지 내다본 장기 포석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3일 법무부가 의도한 대로 MS가 분사될 경우 게이츠는 개발 부문을, 발머는 판매 부문을 맡아 타격을 줄이고 향후 재통합까지 노리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게다가 발머는 지난해 미 정부의 입맛에 맞는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한 적도 있어 게이츠보다는 정부와의 협상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된다. 발머는 “대정부 협상은 내가 지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주식 시장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MS 주식은 전날보다 주당 2달러가 오른 107.81달러에 거래가 마감됐고 덕분에 다우존스 지수도 31.33포인트가 올라 11,582.43으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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