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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사진집 '동물왕국' 낸 사진작가 김중만

입력 | 2000-01-14 19:40:00


“때로는 목숨을 건 일이었지요. 한 번은 하마가 돌진해오다 나무를 들이받고 겨우 멈추는 거예요. 코끼리에 받쳐 보트가 뒤집힐 뻔도 했지요. 강에 악어가 득시글한데….”

사진작가 김중만(46) 이 아프리카 초원과 야생동물들의 삶을 컬러 사진 170여장에 담아냈다. 최근 출간된 사진집 ‘동물왕국’(김영사). 케냐 보츠와나 등 5개국 초원을 누빈 자취가 33X25cm의 큰 책에 오롯이 담겼다.

그에게 아프리카는 낯설지 않은 땅. 정부 파견 의사인 부친 (김 정)을 따라 열일곱 살에 부르키나파소로 이주, ‘검은 대륙’ 과 낯을 익혔다. 프랑스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뒤 사진작가가 된 그는 ‘바자’ ‘보그’ 등 패션잡지에 사진을 싣는 한편 한국을 오가며 김현식 등 팝 아티스트의 앨범작업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유명 여배우와의 로맨스도 남겼다.

사자며 표범들 속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우연에 가깝다. 지난해 1월, 부모를 만나기 위해 보츠와나에 갔다가 사진장비를 몽땅 도둑맞은 것. “도둑을 찾아 헤매던 중 장엄한 초원 풍경이 문득 눈에 들어왔어요. ‘그냥 떠나선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4월 무작정 케냐로 향했다. 모델 출신의 아내(이인혜)와 아들(네오)이 함께 했고, 가족들은 촬영기간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일본 작가들이 다섯명이나 상주하고 있더군요. 오기가 생겼어요. 내가 잘 해내야 후배 작가들에게 도전의 길이 열리는 것 아닌가….”

마침 우기가 끝난 직후. 풀이 가슴까지 자라있었다. 그곳에 상주하고 있던 일본작가들은 “작은 동물들을 렌즈에 담기 어렵고, 맹수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며 말렸다. 그의 생각은 달랐다. 말라 비틀어진 초원의 모습이 아니라 짙푸른 초록을 담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생태학자도, 환경사진 전문가도 아닙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넓은 대자연의 꿈을 키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252쪽 35000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