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가 오르면 국내주가도 오르고 미국주가가 폭락하면 국내주가 역시 급락하는 동조화(同調化) 가 올들어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동조화는 국내투자자들이 단순히 미국 투자자들에 부화뇌동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주가 폭락→미국경제 위축→대미수출 감소→국내경제 위축’ 등 실물부문의 변화와 ‘미국주가 폭락→미국투자자들의 주식투자비중 감소 및 간접펀드 환매증가→환매자금 마련을 위한 외국계펀드의 한국물 매도→국내 주가하락’으로 나타나는 자본시장의 변동을 예상하고 재빨리 행동한 결과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종합주가지수와 미국 주가지수는 작년의 경우 100일중 93일간은 주가 변동방향이 같았다. 한국은 홍콩(상관계수 0.92), 싱가포르(0.94)와 함께 세계에서 미국과 상관관계가 가장 밀접한 편에 속한다. 미국 주가가 30% 떨어지면 국내 주가는 일주일안에 25.4% 하락해 홍콩(32.07% 하락)보다 덜하지만 일본(16.50%)보다는 훨씬 더 외풍에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 심재웅 선임연구원은 “최근들어 국내주가가 불과 한 두 시간만에 나스닥지수의 등락을 그대로 좇아갈 정도로 동조화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주가 추이는 물론 종목에서까지 동조화가 나타난 것은 작년 10월부터. 특히 정보통신 인터넷 등 첨단주의 동반상승은 증시동조화의 극치를 이뤘다. 공교롭게도 이 때는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국적의 자금이 갑자기 국내증시로 몰려오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서는 이 자금의 정체가 헤지펀드이며 바로 이 헤지펀드가 작년 하반기에 미국 및 아시아 증시에서 정보통신주의 동반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이 98년 러시아-중남미 위기에서 입은 막대한 손실을 만회하려고 성장성이 높은 정보통신주를 투자대상으로 골랐다는 것이다. 물론 막판 ‘편승승객’은 국내 개인투자자들. 작년 10월 이후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 4조원중 1조5000억∼2조원 가량이 헤지펀드 자금으로 추정된다.
lcy@donga.com 동양증권 홍춘욱대리는 “국내에 잔류하고 있는 일부 헤지펀드들은 기관이 대량환매 고비를 넘기고 매수여력을 갖게 되는 2월중에 이익실현을 위해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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