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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스포츠댄서 치과의사 강성원씨부부

입력 | 2000-01-16 20:04:00


“밥 묵었나.” “그럼 자자.”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 남편을 빗댄 유머의 한 토막이다.

직장에서는 아무런 불평 없이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해 능력을 인정받고 집에서도 과묵한 성격으로 가부장적인 권위를 유지하는 남성상이 이상형으로 꼽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세기.

부부간 갈등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대화 부족’. 피곤에 지쳤더라도 가정에서는 유머 한마디로 웃음을 일으킬 수 있는 남자가 최고의 이상형으로 꼽힌다.

재치 있는 말이나 유머에 자신이 없으면 부인의 손을 잡고 댄스학원을 찾아보자.

강성원(48·치과병원장) 유옥심씨(48) 부부.

두사람은 스포츠댄스를 통해 결혼 21년째를 맞은 요즘 신혼처럼 달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편 강씨의 권유로 부인 유씨가 같이 스포츠댄스를 하기 전만 해도 둘은 진짜 그렇고 그런 평범한 부부사이. 대화의 주제도 주로 자녀(1남 1녀) 에 대한 것과 돈 얘기가 전부였다.

여가 시간에 문화센터에서 색소폰을 배우다 97년 3월 우연한 기회에 같은 문화센터에 있는 댄스학원의 문을 두드린 강씨가 댄스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부인을 ‘춤판’으로 끌어들였고 이후 두 사람은 평범한 일상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시간의 교습 이후 두세시간씩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면서 이런저런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고 수십년을 같이 살면서도 모르는 상대에 대해 훤히 알게 됐다.

강씨는 “볼링 테니스 등 다른 스포츠도 해봤지만 스포츠댄스만큼 부부사이를 정답게 만드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인 강씨는 “이뿐만 아니라 두 시간 이상 춤을 추면 운동량도 엄청나기 때문에 비만 방지와 건강에도 무척 좋다”고 덧붙였다.

스포츠댄스는 카바레 등 ‘음지’에서 행해지는 사교춤과는 완전히 다른 것. 최근 들어서는 의사 교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인들을 중심으로 동호인 부부끼리의 모임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강씨 부부도 ‘파라클럽’이라는 동호인 모임에 참가하고 있으며 1년에 세 차례 정도 큰 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외국대사 부부를 초청하는 등 자선파티를 겸한 모임을 갖고 이 자리에서 모금된 600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강씨 부부는 이제 스포츠댄스 ‘고수’. 전국스포츠댄스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왈츠 부문에서 우승했고 한국스포츠댄스연맹 주최 대회에서는 아마추어 부문 3종목에서 우승을 하며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부부 댄스 콤비로 자리잡았다.

요즘 매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몬테댄스스쿨에서 스탠더드 5종목과 라틴 5종목 등 10개의 스포츠댄스 종목을 모두 마스터하기 위해 땀을 쏟고 있다.

부인 유씨는 “스포츠댄스는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좋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남편의 손을 잡고 춤을 출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스탠더드 5종목 라틴 5종목 다 배우려면 최소 3년▼

스포츠댄스의 발상지는 영국. ‘해가 지지 않는 왕국’을 구축하며 전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영국은 그들의 영화를 과시하듯 세계 각국의 춤을 집대성하고 체계화시켜 스포츠댄스를 탄생시켰다.

스포츠댄스는 스탠더드 5개 종목과 라틴 5개 종목으로 나뉜다.

스탠더드에는 왈츠 탱고 슬로폭스트로트 퀵스텝 비에니스왈츠로 나뉘며 라틴은 룸바 차차차 삼바 파소도블레 자이브.

10개 종목을 다 배우려면 최소한 3년 정도가 걸리며 프로 스포츠댄서가 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스포츠댄스는 2008년 올림픽에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스포츠댄스 국가대표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