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문화가 흐르는 한자]博士(박사)

입력 | 2000-01-16 20:04:00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참으로 높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의 비율이 아마도 한국이 으뜸이 아닐까 싶다.

매년 졸업시즌이 되면 전국 각 대학에서 고급인재들이 쏟아져 나온다. 博士의 탄생이다. 이공계통에선 20대 博士도 드물지 않다.

博士라고 하면 秦始皇(진시황)을 빼 놓을 수 없다.

본디 중국에서는 戰國時代(전국시대)부터 각국에 博士가 많이 있었는데 秦始皇이 중국을 통일하고 그들을 국정의 顧問(고문)으로 삼으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그는 분야별로 여러 명의 博士를 두었다.

한 번은 연회석상에서 儒家博士와 法家博士가 진나라의 정치제도를 가지고 論爭(논쟁)을 벌였다.

그런데 유독 儒家의 淳于越(순우월)이라는 博士만은 진나라의 정치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것이 발단이 돼 지식인을 대량으로 생매장시키게 되니 그것이 유명한 焚書坑儒(분서갱유)다. 焚書坑儒 사건은 결국 진나라의 멸망으로까지 이어졌다.

역사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博士들이 지식을 함부로 발설했다가 화를 당한 경우는 수없이 많다. 識字憂患(식자우환)이었던 것이다.

漢나라 때부터 博士는 지금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뜻하게 됐다. 唐나라 때에 오면 전문 직업을 뜻하기도 해 茶博士, 酒博士까지 있었다.

博士란 말 그대로 ‘널리 알고 있는 선비’다. 博學多識(박학다식)한 사람이 되겠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로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을 博士라고 부른다. 博士는 본디 學位 명칭이라기 보다는 知識이 該博(해박)한 사람을 朝廷(조정)의 顧問으로 삼았던 데서 비롯됐으니 의미의 변질인 셈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