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문화재, ‘피사의 사탑’. 매년 1.12㎜씩 남쪽으로 기울어지는 탑. 이 탑을 바로 세우기 위한 본격적인 공사가 지난주 다시 시작됐다.
이 야심찬 계획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이탈리아의 범국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피사의 사탑이 착공된 때는 1173년. 애초부터 지반이 약해 1274년 기울어진 상태로 완공됐다. 탑의 높이는 58m. 현재는 남쪽으로 4.47m가 기울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탑을 그냥 내버려두면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1990년 일반인의 관람을 중단시키고 1993년부터 바로 세우기 공사에 들어갔다.
기울지 않은 쪽인 탑의 북쪽 기단부 아래의 흙을 파내 남북의 균형을 잡고 수직에 가깝게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 공사의 기본 내용. 1993년부터 1999년까지 탑 북쪽에 103m 길이의 철제 케이블 두 줄을 설치하고 800t에 달하는 납덩어리를 매달아 탑을 북쪽으로 끌어당기며 북쪽 지반 파내기 공사를 시험적으로 시도했다. 이를 통해 99년 3.9㎝를 바로 세울 수 있었다. 이 공사를 주도하는 ‘피사의 사탑 국제보존위원회’는 이같은 시험을 거쳐 이 공사가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99년 여름, 예산 부족으로 인해 공사는 중단됐고 올 들어 예산이 확보되면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국제보존위원회는 올해 안에 탑 북쪽의 흙을 8m 깊이까지 파내 최대한 수직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제대로만 이뤄지면 완전한 수직은 아니어도 내년 여름까지 40∼50㎝는 바로 세울 수 있다고 한다. 예상대로 복원이 이뤄지면 일반인 관람도 가능하고 탑도 300년은 견딜 수 있다고 위원회는 주장한다.
하지만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이탈리아 당국조차도 올 가을이 되어야만 완전한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탈리아의 건축가인 지오지오 그리오치 역시 는 “이것은 정치적인 세일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40∼50㎝가 아니라 그 절반만 회복되면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다.
피사의 사탑 국제보존위원회는 1990년 출범하면서 이 탑을 완전한 수직으로 회복시키겠다는 야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당시 커다란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건축할 때부터 기울었던 피사의 사탑을 수직으로 만들어버린다면 문화재 훼손이란 비판이었다. 피사의 사탑은 기울었을 때 비로소 존재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공사가 실패하면 자칫 탑의 안전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금으로선 아무도 피사의 사탑의 미래를 예견할 수 없다. 피사의 사탑이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영원히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이탈리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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