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은 지금 한창 정상을 달리는 가수다. 지난해 11월말 내놓은 4집 ‘오버 앤 오버’가 60만장 넘게 팔렸다. 그는 첫 5주 동안 댄스곡 ‘비전’으로 활동했고, 최근에는 중간 템포의 댄스곡 ‘연가’로 주력곡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이 노래로 추진력을 더 받으면 앨범이 20만∼ 30만장 더 나갈 것으로 가요계에서는 보고 있다.
▼음악성으로 승부 계획▼
그는 삼성전자의 컴퓨터 ‘매직 스테이션’과 하나로통신의 CF로도 자주 얼굴을 보여 팬들에게 낯익다. 둘 다 1억원이 훨씬 넘는 출연료를 받았다. 여기서 그의 이미지는 사이버 세계의 카리스마. 냉정하고 날카로운 표정이 사이버 세계의 차가운 느낌과 잘 어울린다는 평.
그러나 이처럼 ‘잘나가는’ 그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그는 뜻밖에 “노래하는 게 잘 기획된 일을 하는 느낌이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자기 스스로 팬들이 좋아하는 상품이 돼 간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톱스타가 ‘흥행 이데올로기’에 내몰리는 국내 가요계의 현 주소를 이처럼 정확하게 꼬집기도 드문 일이다.
그는 자신이 상품성에 끌려 갈 때 단명하리라는 점을 잘 아는 가수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도 스스로 만족할 만한 분장이 돼야 포즈를 취할 만큼 고집을 부린다.
유승준은 이번 음반에서 나름의 변화를 시도했다. 서정적 선율과 힙합 비트를 가진 ‘메모리’ ‘소중한 사랑’ 등 발라드를 통해 댄스 가수의 이미지를 벗어나려 애썼다. 가사도 사랑 타령이 아니라 ‘허무하게 남겨진 어제를 벗어나 /매뉴얼대로 살아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비전)에서 보여지듯 자기 내면과의 대화가 주내용이다.
유승준은 그러나 이런 변화가 잘 알려지지 않는 점을 아쉬워한다. 그는 “정작 화제가 되는 것은 내 노래가 아니라 TV에서 연출된 내 이미지일 뿐”이라고 말한다. 머릿곡을 댄스곡 ‘비전’으로 정한 것도, ‘연가’를 음반보다 더 빠르게 방송용으로 다시 녹음한 것도 이같은 TV 속 그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전술이었다.
▼"5집선 힙합으로 변신"▼
“사실 이번 4집을 내면서 ‘기획’ 대신 ‘음악’으로만 승부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나로서도 팬들이 몰라주면 어떡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안전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97년 봄 ‘가위’로 데뷔한 이래 그는 그동안 ‘깔끔하고 착한 마초(macho)’라는 외적 이미지로 가요계 정상의 자리를 굳혀왔다.
3월초 4집 활동을 끝낼 예정인 그는 “5집에서는 비트에 의존한 이미지 셀링보다 힙합으로 풀어보는 내 나름의 세계관으로 팬들을 사로잡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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