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MBC 수목드라마 ‘진실’(밤9·55)에 대한 갑론을박이 PC통신을 중심으로 한창 진행되고 있다.
내용은 “불만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 “왜 가난한 집안의 자영(최지우 분)은 친구이자 집주인의 딸인 신희(박선영)에게 항상 치여 지내야 하나” “왜 재벌2세인 현우(류시원)는 객관적으로 보잘 것 없는 자영에게 별다른 감정 소통도 없이 사랑을 느끼나” 등…. 통속적 소재의 트렌디 드라마라는 점과 부자(富者) 대 빈자(貧者)라는 판에 박힌 이분법적 구도를 지적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구도는 인간사의 보편적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또 그간 방영된 자사 드라마 중 나름의 트랜드를 포착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사랑을 그대 품안에’ 등 다른 프로들도 많이 차용했기에 유독 이 프로 제작진만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난주 4회까지 진행된 이 드라마의 치명적인 약점은 남은 6주 동안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첫방송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신희는 조수석에 앉아 있다가 정신을 잃은 자영을 운전석에 자기 대신 앉히고, 사고 책임을 자영에게 덮어 씌우려 했다. 이야기는 이로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요즘은 과거에 대한 회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 주 방송분에서는 현우와 자영의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한다.
그러나 이같은 회고 부분이 끝나면 자영은 식물인간으로 1년을 보내다 깨어나고, 현우는 이미 죽어 있다. 남은 것은 자신을 옭아 매려는 신희의 ‘야욕’을 깨뜨리는 일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이런 구도는 지난 2주 간의 방송에서 대부분 노출됐다.
그나마 남아 있는 갈등 구조도 최지우의 연기력으로는 버거울 듯하다. 최지우는 극 중 내내 당찬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오히려 울먹이는 표정이 신희와 극적으로 대비돼 박선영의 앙칼진 악녀 역을 돋보이게 할 뿐이었다.
이렇듯 ‘진실’은 갈등 구조의 적절한 배분과 캐스팅의 중요성이라는 점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MBC 월화드라마 ‘허준’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