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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출신 의원들 "텃밭만 의지하면" 선거법개악 무신경

입력 | 2000-01-18 20:23:00


정치개악 논란이 가열되는 와중에서 국회의원들의 표정이 출신지역에 따라 엇갈리는 양상이다. 즉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사색(死色)’이 된 반면 영호남 출신 의원들은 여유 있는 표정이다.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서울 강북을)의원은 18일 “최근 현역의원은 무조건 낙선시키자는 여론까지 있다”고 했고 한나라당 박성범(朴成範·서울 중구)의원은 “보는 사람마다 욕을 한다”며 울상이었다.

‘개악 협상’ 주역으로 소개된 의원들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국민회의 이상수(李相洙·서울 중랑갑)의원은 ‘후보 전과기록 공개’ 등에 앞장섰는데도 지역에선 정치개혁특위 간사를 맡았다는 사실 자체가 구설수에 오른다며 곤혹스러운 모습.

반면 영호남 등 지방출신 의원들은 “정책보다는 지역정서의 향배가 중요한 것 아니냐”며 개악논란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도농통합선거구 현행유지’를 고집, 위헌 시비를 초래한 한나라당 김일윤(金一潤·경북 경주), 김영진(金榮珍·강원 원주)의원 등은 “별로 손해볼 것이 없다”는 반응들이다.

악역을 자처하는 기현상도 나타나 눈길을 끈다.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 시점을 지난해 9월말로 후퇴시키는 개악 ‘덕분에’ 폐지 대상에서 기사회생한 경남 창녕에선 국민회의 김태랑(金太郞·전국구)의원이 “창녕을 단일선거구로 살려낸 장본인은 (한나라당 노기태의원이 아니라) 바로 나”라고 ‘특허권’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지방 출신 의원들이 이처럼 ‘개악’에 보다 무신경한 것은 지역감정에 의지하는 정치문화의 병폐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지역할거주의의 소산’인 셈이다.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