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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사학자 경고 "美증시 장기침제 재연 가능성"

입력 | 2000-01-19 20:13:00


미국 금융사학자들이 현재의 미국 증시상황을 60년대의 증시상황과 비교하며 ‘60년대의 메아리가 다시 돌아왔다’는 경고를 하고 나섰다.

1970년 4월28일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은 “여유돈이 있으면 주식을 사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주식 매수를 운운할 정도로 당시 미국 증시는 활황이었다.

그러나 이 발언 직후부터 미국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해 70년대 내내 지루한 침체국면을 경험했다.

요즘 미국의 금융사학자들은 활황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던 60년대 말과 90년대 말의 증시 상황이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60년대 말 미국 증시는 소수의 첨단 기술주에 자금이 집중됐고 기술주의 기업공개와 합병이 붐을 이뤘다고 18일 보도했다. 또 현재 인터넷이 증시 호황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60년대에는 컬러TV와 상업용 제트기가 등장하면서 증시 활황을 주도했다.

요즘 기업 명칭 뒤에 인터넷을 의미하는 ‘닷컴(.com)’이 붙는 것처럼 60년대에는 전자혁명의 열풍을 타고 ‘오닉스(onics)’ 또는 ‘트론(tron)’이란 접미사를 붙인 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오닉스나 트론이란 접미사가 붙은 기업 주식을 마구 사들였다. 기업의 재무상태 매출액 순익 등은 미래의 성장성에 가려 거론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70년대에 접어들면서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79년 말 다우존스 공업평균 주가지수는 65년의 최고치에 비해 13.5% 가량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처럼 현재 상황이 60년대 상황과 흡사하다며 특히 금리인상 우려와 경기둔화로 미 증시가 올들어 약세로 돌아서 70년대처럼 지루한 침체국면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고물가와 정부 규제 등이 겹쳐 경기가 약화되기 시작한 60년대 말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60년대에 소형 증권사를 운영했던 홈디포의 공동 창업주 케네스 랭곤은 “미래를 걸고 큰 도박을 하려는 의지는 당시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지만 증시를 뒷받침하는 힘은 당시보다 훨씬 더 강하다”며 70년대 상황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