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0일 ‘시민단체의 선거활동 보장 요구는 국민의 뜻으로 봐야 하며 이를 법률로 규제할 수는 없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19일 발언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여야간 논란이 예상된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이날 “법과 질서를 최종적으로 수호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발언을 한 것”이라면서 김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또 ‘동창회 종친회 등이 이미 사실상 선거에 관여하고 있는데 시민단체의 선거관여를 무슨 수로 막을 수 있느냐’는 김대통령의 발언은 유령단체의 출현을 부추기고 관변단체와 사이비단체를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김대통령이 ‘인민재판식의 대중선동주의’를 통치방향으로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제기됐다고 이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김대통령의 발언은 불법선거운동을 용인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시민단체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 흐름에 맞게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한나라당이 선거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대통령의 말을 왜곡해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통령은 19일 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시민단체의 선거활동 보장 요구는 국민의 뜻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법률로 규제할 수는 없다”면서 “과거 4·19나 6월항쟁 등도 당시에는 실정법에 저촉됐지만 국민의사에 의해 정당성이 입증됐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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