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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兵務수사 누가 중단시켰나?

입력 | 2000-01-20 19:38:00


병무비리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몸이 허약해 가고 싶어도 못가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건강한 청년들이 군을 기피 또는 거부하는 풍조가 만연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병무비리는 철저히 막아야 한다.

큰돈을 써서라도 자식을 군 입대 대열에서 빼내려는 일부 부모들의 빗나간 행동은 어제 오늘 생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런 부모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부 부유층과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이 이러저러한 루트를 통해 불법적으로 아들의 군복무를 면제받아온 사실이 그동안의 병무비리 수사에서 여러 차례 드러났다. 대부분의 국민은 이러한 인사들을 ‘지도층’이라고 지칭하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런 가운데 최근 더욱 가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는 한 시민단체의 폭로는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병무비리에 연루된 현역의원 21명을 수사 중이던 합동수사본부측이 정치권의 압력을 받고 수사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신뢰할 만한 내부 고발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로선 ‘주장’일 뿐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단체는 의원 21명 외에도 재벌경영진 연예인 군장성 및 학계 체육계 인사 등 모두 200여명의 금품거래 내용과 비리유형이 담긴 자료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검찰 등 수사당국은 정치권의 수사중단 압력 의혹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재수사를 통해 병무비리를 계속 파헤쳐야 한다. 외압에 의한 수사중단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병무비리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기강에 관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현정부가 펴고 있는 햇볕정책과 관련해 몰이해에서 비롯된 안보의식의 해이가 걱정되는 요즘이다. 게다가 최근 군필자의 공무원시험 가산점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후유증으로 군 입대를 보는 눈이 전과 같지 않다. 여기에 병무문제에 대한 불신까지 겹친다면 젊은이들의 군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곧 입대할 젊은이들과 제대자들이 군복무를 명예로 알기는커녕 극심한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사태로 발전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만약 ‘군대 안가기’ 시민불복종운동이라도 벌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면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