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범한 새천년 민주당은 2000년대 한국의 첫 신생정당이다. 그런 만큼 민주당은 21세기형 정치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어 국민에 선뵈는 데 성공할 수 있느냐는 시험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집권당인 새 당이 정치개혁을 창당의 주된 목표로 삼은 만큼 낡고 병든 구시대 정치를 청산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똑같은 지도자, 종전의 그 얼굴들에 일부 구색만 갖추고 이름만 바꿔 출범하면서 개혁을 외쳐봤자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회의를 해체하고 민주당을 만들었다. 집권 2년째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16대 총선에 맞춰 정당을 급조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국민회의가 개혁을 제대로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과거 정치의 틀 속에서 소수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점에 비춰 ‘새 부대’를 만들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었다. 진정 개혁의 선도정당으로서 정부와 국민을 양방향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우선 총선 입후보자 공천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중앙당 창당 요건에 맞춘 일부 지구당의 위원장 선출부터 전혀 민주적이지 않았다. 총선후보로 공천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조직책 선정작업은 창당준비위 등의 진지한 공개토론보다 ‘위’에서 내려온 명단을 추인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의 공천작업도 이와 비슷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시민단체들이 낙천 낙선자 명단을 만들어 돌리는 등 정치의 근본부터 개혁하려고 나서는 상황인 만큼 밀실 하향식 공천부터 고쳐 진정한 개혁정당의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둘째는 공명선거 실천이다. 창당대회에서는 공명선거 의지보다는 여당의 안정의석 확보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당총재가 ‘여당의 안정이 정치의 안정’이라는 점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총선승리 강박감을 안겨줘 공명선거 의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여기에다 강령에 대통령제나 내각제 등 권력구조 문제에 대한 의지를 담지 않은 것도 선거후 민주당의 독자행동이나 타정당과의 연합 가능성 모두를 열어 놓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는 민주당이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개선할 수 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당장 닥친 4·13총선에서 집권여당답게 깨끗한 선거에 앞장서는 노력을 하기 바라며 약속한 개혁을 차분히 몸으로 실천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