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에 최근 미묘한 ‘중층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탈북자문제로 한중, 한-러 관계가 기우뚱거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에서 중국 국방부장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중 군 수뇌부의 연례 상호방문에 사실상 합의했다. 북한으로선 충격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밀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달 초에는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외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숙원이던 ‘러-북 우호선린협력조약’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같은 관계들의 교직(交織) 속에서 상대적으로 일관된 흐름은 중-러 관계의 강화와 러시아의 대한(對韓) 전략의 변화다.
중-러는 코소보사태 이후 미국의 단일 패권주의에 맞서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양국은 이의 일환으로 유엔을 통하지 않는 미국의 ‘신국제주의’적 분쟁개입에 함께 저항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관계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인도까지 여기에 가세해 중-러-인도 3국의 대미(對美) 공동전선 구축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92년 한소 수교 이후 차관상환문제 때문에 한국으로부터 ‘홀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위해 ‘남북 등거리 외교’로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터진 외교관 맞추방 사건에 이어 탈북자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친북한적 대응은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층기류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인 한 미 일 관계를 기반으로 현안에 따라 미일, 중-러 양측으로부터의 상대적 자율성 확보를 통해 우리의 입지를 넓혀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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