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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 "재벌 은행소유不可…개혁전선 이상없다"

입력 | 2000-01-21 20:12:00


20, 2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신년 최고경영자 세미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연사로 나선 DJ정부 3기 경제부처 수장들의 ‘색깔’이 예상보다 강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헌재재정경제부장관을 비롯해 이용근금감위원장 전윤철공정거래위원장 등 재벌개혁 3인방은 부드러운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줄곧 ‘재벌 개혁전선 이상 없다’를 강조했다. 특히 이장관은 재벌그룹 인사와 관련해 계열사 이사진을 오너의 측근으로 구성하는 ‘황제경영’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기업의 은행 소유,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 등 재계의 ‘비원(悲願)’이 해결될 것이란 암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세미나 참석자 중 일부는 “총선을 앞두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것 아닌가”라는 기대 섞인 평가를 하기도 했지만 개혁강공이 올해에도 여전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었다.

지난해 12월21일 청와대 정재계간담회 이후 재계는 정부와의 ‘2년만의 화해’를 기대해왔다. 부채비율 목표도 달성한 만큼 신규투자 등에 있어 자율성이 한층 보장될 것이란 기대가 표출됐다. 재경부 일각에서는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를 허용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전윤철공정거래위원장은 그러나 20일 세미나에서 대기업의 은행 소유와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아직도 선단경영을 옹호하는 세력이 있다”는 경고와 “올해는 관행처럼 굳어져온 담합을 뿌리뽑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재벌들의 은행 소유와 관련, 재경부장관과 금감위원장도 불가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용근금감위원장은 “은행을 정말 훌륭하게 경영하겠다는 것인지, 은행돈을 끌어쓰겠다는 것인지 자문해보면 결론은 자명하다”며 “선진은행들도 특정 대주주 없이 국내외 주주들이 참가해 책임경영체제를 갖추어 가는 추세”라고 잘라 말했다.

이위원장은 또 대우자동차를 외국업체가 인수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국내시장에서 진다면 어차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이장관은 21일 세미나에서 최근 논란을 불러온 자신의 ‘전경련 해체’ 발언을 의식한 듯 “하와이 일(한미재계회의 운영위원회)을 끝내자마자 참석해준 손병두(孫炳斗)전경련부회장에게 감사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장관은 그러나 “기업들이 이사진을 총수 측근으로 채우는 경향이 있다”며 “이사진의 독립성과 주주에 대한 책임면에서 가장 우수한 이사진을 둔 GE는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반면 대부분의 이사를 회장 측근으로 구성한 디즈니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주요 그룹들은 지난 연말 ‘부채비율 200%’를 가까스로 맞췄다. 그러나 올 7월 계열사 출자 및 경영권 지배관계에 따라 계열사 재무제표를 ‘결합’하면 부채비율은 다시 대거 상승하게 된다. 이위원장은 이날 “결합시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재계는 정부의 후속 조치에 벌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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