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수(任宰秀·35·서울 동작구 흑석3동사무소 직원)
활기찬 운동으로 하루를 여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의 아침은 항상 누군가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나는 매일 아침 7시 반 흑석동 85-1번 버스 종점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20분 가량 나의 ‘아침 친구’가 오길 기다린다.
내 친구는 정신지체장애인인 서모씨(36). 10년 전 교회에서 만난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매일 아침 그의 등교를 도와주는 것이 나의 변함없는 아침일과. 7시 50분경이면 그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나타난다.
나는 그를 부축해 인근 화장실로 향한다. 그는 내가 밖에서 기다려주지 않으면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오랜 습관이 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가 버스에 올라 관악구 봉천동 ‘성 나자로의 집’ 재활학교로 향하는 것을 배웅한다.
나는 그가 아침마다 나를 절실히 원한다는 것을 안다. 나 역시 그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이 좋다. 아침마다 그를 만나면 ‘존재의 이유’와 삶의 여유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재수(任宰秀·35·서울 동작구 흑성3동사무소 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