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첩기행2' 김병종지음/효형출판/288쪽 1만원▼
‘범인(凡人)엔 침을, 바보엔 존경을, 천재엔 감사를….’ 조각가 권진규가 자살 전 작업실에 남긴 낙서.
천재란 자신의 삶을 태워 한가닥 빛으로 남기는 존재들인가. 서른 남짓의 나이에 요절한 전혜린 박인환,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던 박수근 천상병…. 불운한 삶을 살다 간 예인들의 삶과 예술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냈다.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그림의 필치는 글의 행간 속에 이채로운 담론으로 녹아들고, 정감 어린 문장은 다시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 여백의 긴장을 풀어준다’는 문학평론가 권영민의 평.
단지 짱짱한 이름만으로 예술가라 할 것인가. 최후까지 활동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주목하는 눈길 없이 서울 한 주택가에서 고된 삶을 마감한 ‘조선의 마지막 도목수’ 배희한. ‘숨 쉬는 집’을 추구한 그의 외길 인생은 우리가 오래 잊고 있던 전통적 장인(匠人)의 초상을 발견하게 한다.
호남 명필 이삼만, 전설의 여우(女優) 이월화 등 문헌보다 민중들의 구전속에서 추앙돼온 근대 예술가들도 모처럼 재평가의 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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