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3사의 간판 토크쇼가 지나치게 공허한 말잔치로 치닫고 있다. 진행자와 출연자와의 인간적인 대화가 단절된 것은 물론, 오직 시청률을 겨냥한 재미 사냥 류의 코너만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말잔치 프로그램인 KBS2 서세원쇼 (화 밤10·55)는 핵심 코너인 토크 박스 덕에 최근 심야 토크쇼로는 기록적인 3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 시청률 연연 '잡담코너' 전락 ▼
5∼6명명의 입심 좋은 출연자가 나와 그날의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식으로 진행되는 토크 박스 는 방송 초기 포맷의 신선함으로 각광을 받았던 코너. 하지만 요즘에는 억지 웃음을 뽑아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출연자 개개인이 겪었던 시련을 주제로 진행된 지난주 방송분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네 불량배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무릎을 꿇고 따귀를 맞았다는 그룹 구피 멤버인 서동욱의 이야기는 지난해 토크박스 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개그맨 유재석의 레파토리와 너무나 흡사했다. 제작진은 토크박스 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지어내거나 베낀 것도 있다 고 말한 바 있다.
MBC 테마게임 후속으로 편성된 주영훈,최화정의 D-Day (월 밤11·00)은 두 MC가 실제로도 절친한 탓인지 방송으로는 부적합한 이야기(예를 들어 생리와 관련된 것)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방송분에서도 MBC 수목드라마 진실 의 출연진인 탤런트 최지우 류시원 박선영 손지창 등을 초청해 온갖 잡담 으로 일관했다. 넘버3 라는 코너를 통해서는 최지우가 무서워하는 것 세가지를 알아보고 남과 여 라는 코너는 남녀의 뻔한 거짓말 베스트5를 소개하는 식이다.
사람얘기 롱테이크 등 최근까지 대화 가 살아있는 코너로 주목을 끌었던 SBS 김혜수 플러스유 (수 밤11·00)도 최근에는 리얼 토크 등의 코너를 제외하고는 경박단소 (輕薄短小) 코너가 부쩍 늘었다.
시청자 모니터단체인 메비우스 의 강에스더 모니터부장은 방송가 간의 경쟁적인 말잔치 프로그램 편성으로 사람 냄새 나는 토크쇼를 만들고 싶어하는 일선 제작진의 의욕마저 꺽고있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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