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증권가에서는 ‘버블논쟁’이 한창이다. 논쟁의 요점은 ‘인터넷주 등 기술주가 주도하는 주가 급등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의 상위 15개 기술주의 시가총액은 10년전 미국 전체 기업의 시장가치보다 크며 미국 인터넷주들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로 캐나다의 GDP보다 크다.
기술주의 성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주가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순익증가율 △금리 또는 인플레이션 △투자리스크 등 세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이런 틀로 본다면 기술주가 다른 주식들에 비해 성장성이 월등하거나 투자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성장성으로 기술주의 주가를 설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야후의 경우 현재의 주가상승세가 될 때 PER(주가수익배율)가 시장평균 수준이 되려면 향후 8년간 순익이 9개월마다 2배로 증가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이 필요하다.
요컨대 기술주의 주가를 뻥튀기해놓은 것은 위험을 무시한 공격적인 투자패턴이다. 19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터넷주를 신봉하는 분석가들조차 “인터넷주 투자가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이익을 남길 수 있고 그것으로 그만’이라는 식의 게임이론으로 변질돼가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기술주의 미래에 대해서는 ‘시작을 알 수 없으니 끝도 알 수 없다’는 무기력증이 지배적이다.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미국과 일본의 기관투자자들의 말을 인용해 “인터넷업체들의 펀더멘틀이 현재의 주가를 반영한다고 보는 기관투자자는 거의 없다”면서 “기관투자자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장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인터넷주 투자를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이며 앞으로도 인터넷주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린치가 최근 전 세계 펀드매니저 25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기술주, 통신주, 미디어주 등이 투자유망종목으로 압도적인 추천을 받았다. 따라서 기술주에 대한 거품논쟁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당장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의 게임전략에 따라 기술주는 올해에도 전세계 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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