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이동전화 요금 인하 운동에 ‘항복’한 정부가 이르면 내달부터 이동전화 요금을 10∼15% 내리기로 함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에 다시 한번 회오리가 몰아칠 조짐이다.
지난해말 신세기통신을 전격 인수한 SK텔레콤은 기본료를 포함해 이동전화 요금을 20% 이상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PCS 3개사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5개사 사장이 합의한 단말기 보조금 축소 합의는 이달들어 이미 깨진 상태이며 PCS 3개사는 SK텔레콤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고액 배팅은 시작됐다〓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요금을 내릴 수 있는 SK텔레콤은 시민단체가 이동전화 요금 인하를 요구하자 PCS 3개사를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과 PCS 3개사의 이동전화 요금(표준요금 기준)은 SK텔레콤이 기본료 1만8000원에 10초당 26원. 한국통신프리텔은 1만6500원에 10초당 19원이며 LG텔레콤은 1만6000원에 10초당 20원, 한솔M.COM은 1만7000원에 10초당 18원으로 PCS 3개사는 SK텔레콤에 비해 기본료는 1000∼2000원, 통화료는 25∼30% 정도 싸다(표 참조).
그러나 SK텔레콤이 기본료와 통화료를 20% 인하할 경우 ‘싸다’는 것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워 경쟁해왔던 PCS 3개사는 SK텔레콤에 맞서 함께 요금을 내리거나 가입자를 빼앗기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을 아직 회수하지 못한데다 월단위 수지가 지난해 10월 이후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상태여서 요금 인하 여력은 거의 없는 형편. 더구나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망 구축을 위해 다시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요금 인하에 따른 부담은 치명적이다. 특히 자금력에서 LG텔레콤이나 한통프리텔에 비해 떨어지는 한솔M.COM의 경우 요금을 10%만 인하해도 2001년말로 예정된 손익분기점 달성이 2∼3년이나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IMT-2000을 향한 업계 재편 본격화〓업계에서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가 올해말로 예정된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이통업체간 ‘짝짓기’를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통프리텔과 LG텔레콤을 비롯 하나로통신-온세통신 연합군으로부터 끊임없는 ‘추파’를 받고 있는 한솔M.COM의 경우 요금 인하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IMT-2000 망 구축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다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혹은 인수합병(M&A)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한다.
한솔M.COM 경영기획담당 한훈 상무는 “SK텔레콤의 요금 인하는 PCS 사업자에게 엄청난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IMT-2000 사업권 획득을 위한 업계의 재편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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