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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동화 '해리포터' 교육법… 아이들 창의력 "쑥쑥"

입력 | 2000-01-23 19:12:00


《판타지 동화 ‘해리 포터’시리즈가 세계 어린이들 사이에 ‘발작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다. 시리즈 첫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지난해 11월 국내 발간이래 20만부(출판사 ‘문학수첩’ 집계)나 팔려 21일 현재 교보문고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영국의 무명 여류작가 조앤 롤링을 일약 스타작가로 만든 이 동화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무엇이 이토록 세계의 어린이를 사로잡는 것일까. 이화여대 이경우교수(유아교육학)는 심리학자 토렌스의 말을 인용하며 “고양이에게 말을 걸고 태양을 향해 활을 쏘며 미래와 악수하게 만드는 것이 창의성이라면 이 동화는 현실을 닮은 가상의 세계에 말을 건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11세의 천대받던 고아소년 해리 포터가 마법학교에 입학하면서 마법사 세계의 영웅이 된다는 줄거리. 아이들이 읽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 책을 꼼꼼하게 분석한 서울 상계백병원 전성일박사(소아정신과)는 “경쟁사회를 사는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충분한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피터팬이나 신데델라에선 아이들이 남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반해 해리는 스스로 마법이라는 기술을 익혀 악당을 물리친다. ‘착해야할 주인공’ 해리가 자신을 괴롭히는 친척을 골려주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대리만족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마법을 배우는 과정은 시간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야 적을 무찌를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의 내용전개를 닮아 있다.

동아일보 미즈&미스터팀은 전박사의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심리교육연구소(02-3481-3296) 이세용소장과 함께 ‘해리 포터에서 배우는 아이 교육법’을 마련했다.》

▼ 환상을 이용하되 구체적으로 ▼

▽동화〓해리가 마법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무늬없는 긴 망토 세벌(검정색)/보호장갑(용가죽)/표준마법서(미란다 고시오크 지음)/초보자를 위한 변신술 지침서(에메릭 스위치 지음)/요술지팡이 하나’가 필요하다.

‘우리 지팡이엔 유니콘 털과 불사조 꼬리깃털이 사용되고 용의 심금이 담겨있다네’식으로 마법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지극히 세세하고 구체적이다.

▽교육활용〓‘내 꿈의 마법지팡이’를 아이와 함께 만든다. 재료는 단단한 나뭇가지(길이 15.5㎝, 지름 3∼5㎝)+소금 한숫가락+물+솔잎 50개+ 솔방울 3개+차돌 3개+자기꿈+엄마마음.

소금물에 솔잎 솔방울 차돌 나뭇잎을 넣고 1시간 이상 기다리면서 어떤 꿈을 갖고 싶은지 생각한다. 그 다음 자기 꿈을 담은 ‘입바람’을 대롱으로 물속에 불어넣는다. 엄마의 마음이 든 입바람도 첨가한다. 이 물에 나뭇가지를 담궜다 말리면 ‘꿈의 지팡이’가 된다.

아이는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마법지팡이를 자기 신념이 깃든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의지가 약해질 때나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이 지팡이를 잡고 자신에게 기도하도록 한다. 뇌세포와 신경세포, 운동신경계를 자극해 구체적 행동을 이끌어 내는 효과가 있다.

▼ 현실세계를 패러디하라 ▼

▽동화〓양부모에게 구박받으며 계단 밑 벽장에 ‘처박혀’ 살던 해리에게 마법학교에 입학하라는 통지서는 정확하게 날아든다. 편지 겉봉에 쓰인 주소지는 ‘해리 포터/계단 밑 벽장/프리벳가 4번지’.

아이들은 집주소처럼 현실에서 통용되는 기호를 통해 자신의 소유권을 확인받을 때 열광한다.

▽교육활용〓아이를 타이르고 싶거나 부모의 마음을 전하려 할 때 편지를 써보자. 아이의 이름 다음에 ‘∼님’이라는 존칭을 넣어 주고 주소는 ‘○○시 ○○구 ○○동 ○○번지 ○○통 ○호 건넌방 주인인 작은 따님 또는 침대 주인/강아지 주인님께’ 식으로 적는다.

‘문제가 있어 편지를 씁니다. 이러이러한 점을 이렇게 고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장을 바랍니다’ 또는 ‘벌점을 3점 주면서 경고합니다’‘문제점을 고쳐 주셔서 5점을 드립니다’등의 내용으로. 1주 또는 한달의 점수를 내기로 합의하고 적절한 보상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교육하는 방법.

▼ 두려울수록 이름을 불러라 ▼

▽동화〓해리는 부모를 죽인 나쁜 마법사 볼드모트의 이름을 두려움 때문에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고 늘 ‘그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에 마법학교 교장은 해리에게 존재론적 철학을 말한다.

“볼드모트라고 부르거라. 사물에는 항상 정확한 이름을 사용해야 한단다. 어떤 이름에 대한 공포심은 그 사물 자체에 대한 공포심을 커지게 하니까 말이다.”

▽교육활용〓아이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나 개, 시금치, 시험 등 두려워하는 대상의 이름을 용감하게 부르도록 이끈다. 공포의 대상을 입밖에 내는 순간 막연했던 두려움의 실체와 크기가 두뇌에 정확히 인식되며 강도는 줄어든다.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