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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후발전략' 위력…할인점 호텔업등서 성과

입력 | 2000-01-23 19:54:00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어떤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도 항상 뒷통수가 따갑다”는 말을 자주 한다.

1위라고 느긋해 하다 보면 어느새 롯데가 등 뒤에 바짝 쫓아와 있곤 하기 때문.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는 어떤 사업이건 절대 먼저 치고 나가지 않고 경쟁 업체들이 시행착오를 겪어 시장을 안정시켜 놓으면 단숨에 파고드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롯데의 이같은 ‘후발 전략’이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편의점 사업이 대표적인 경우. 지난해 11월까지 편의점 업계는 560여개의 점포를 갖춘 LG25의 독무대였다. 롯데의 세븐일레븐은 업계 4위 규모인 260여개에 불과했다.

롯데는 그러다 지난해 12월말 코오롱의 로손을 인수하면서 500개 점포로 단숨에 LG25의 목을 죄고 나섰다.

롯데는 신규 점포 출점도 철저히 ‘후발 전략’에 따른다. 서울 명동 소공동 등 지난해 개점한 세븐일레븐의 대부분은 LG25의 반경 20m 안에 위치해 1위 업체가 다져놓은 상권에 ‘무혈입성’식으로 진입했다.

할인점 부문도 마찬가지. 신세계의 E마트가 93년 1호점을 개점한데 반해 롯데는 마그넷 1호점를 5년 뒤인 98년에야 열었다. 할인점 붐이 일기 시작한 98년까지도 마그넷은 3개점에 불과했다.

그러다 롯데는 지난해 5개점을 추가로 열어 E마트의 절반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올해는 13개 점포를 추가로 내기로 했다.

올해 할인점의 매출 규모가 10조2000억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마그넷 관계자는 “전국의 목좋은 곳에 부지를 확보해놓고 시장이 무르익기만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호텔업계에서도 롯데의 ‘후발 전략’은 유명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3월 오픈 예정인 제주롯데. 호텔 ‘빅3’ 가운데 유일하게 황금상권인 제주도에 진출하지 않았던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제주도에 관광객과 굵직한 행사가 늘어나자 97년말 중문단지 내에 호텔을 착공, 신라호텔과 하얏트호텔을 긴장시키고 있다.

롯데의 이같은 ‘후발전략’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신격호(申格浩)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 경쟁업체들이 먼저 건너가 ‘돌다리’의 안전을 입증하고 나면 일본에서 2%안팎의 저금리 자금을 대거 들여와 단숨에 1위를 차지한다는 게 롯데의 전략이다.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