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1990년대의 참담한 추락을 딛고 21세기의 재도약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특히 정보기술 생명공학 환경산업은 일본부활을 위한 전략분야다. 기업경영과 교육 및 행정에도 혁명적 변화가 준비되고 있다. 유일 초강대국의 위치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 같은 미국과 무섭게 떠오르는 중국 사이에서 일본은 어떤 재생전략을 펼칠 것인가. 10회 시리즈로 점검한다.》
일본의 21세기 혁명은 정보기술(IT)에서 시작됐다. 기업들의 시무식(4일)과 경제 4단체 신년하례식(5일)이 그것을 실감케 했다. 재계인사들은 일본경제 재생의 키워드로 한결같이 IT를 들었다. 경제단체연합회장 이마이 다카시(今井敬)신닛폰제철회장은 “일본경제는 정보화투자 상승효과로 올해 2%대의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니시무라 마사오(西村正雄)닛폰코교은행장은 “IT투자를 축으로 하는 경기회복으로 올해가 ‘잃어버린 10년(1990년대)’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IT관련 설비투자계획이 잇따라 발표됐다. 산요전기는 910억엔을 투자해 액정TV와 개인용컴퓨터(PC)의 액정표시장치를 생산하는 세계최대규모의 박막(薄膜)트랜지스터(TFT)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히타치제작소는 디지털가전용 반도체 플래시메모리 생산능력을 2.5배로 늘리는 등 올해 반도체투자액 1200억엔중 70% 이상을 IT분야에 집중한다. 30개의 기업과 대학이 현재보다 속도가 20배 빠른 차세대 인터넷 고속검색기술 시스템을 올해안에 공동개발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금융기관들도 IT혁명에 동참했다. 2년 후에 경영을 완전통합하는 3개 은행(다이이치칸교 닛콘코교 후지은행)과 역시 2년 후에 합병하는 스미토모 사쿠라은행은 연간 1500억∼2000억엔을 IT투자에 쓰기로 했다. 이같은 IT투자액은 종전의 3∼4배로 미국 대형은행의 IT투자에 육박한다.
정부도 나섰다.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경제기획청장관은 과잉설비 감축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IT투자만은 예외다. 그는 오히려 “과거 미국에서는 운하수송능력이 남아있었는데도 철도에 대한 신규투자를 시작해 경제번영을 이뤘다”는 ‘운하이론’을 전파하면서 재계에 IT투자를 촉구한다.
우정성은 마쓰시타전기 등과 케이블TV를 이용한 통신방송 겸용 송수신 단말기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단말기가 나오면 디지털TV를 보면서 고속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다음달에는 향후의 단계적 정보화정책과제를 담은 ‘전자열도 구상’을 발표한다.
이 구상은 의욕적이다. 3∼5년 안에 서류 없이 행정절차를 마치는 ‘전자정부’를 실현하고 선명도가 높은 차세대 방송시스템을 도입한다. 5∼20년 후에는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등 모든 가전제품을 인터넷과 연결한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진료를 받는 원격의료시스템을 정착시킨다. 21세기 후반까지 현실화할 장기과제에는 인간의 뇌가 지니는 기억과 인지 기능을 이용해 촉감 냄새 맛 등을 전달하는 ‘5감(感)통신 시스템’, 달에 건설한 공장과 지구를 연결해 품질관리와 생산조정을 하는 통신시스템 개발이 포함된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작년 10월 밝힌 ‘밀레니엄 프로젝트 기본구상’의 핵심도 정보화였다. 정보화구상의 3대축은 교육정보화, 전자정부, ‘IT21’(정보통신기술 21세기계획). 모든 공립 초중고교에서의 인터넷접속(2001년), 인터넷을 활용한 국제페스티벌 개최(2002년), 처리속도가 1만배 빠르고 접속규모가 3만배 늘어난 슈퍼인터넷 실현(2005년) 등이 들어있다.
IT혁명의 궁극적 목표인 ‘미국 따라잡기’에 대해 상당수 논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