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민당이 비자금 스캔들을 일찍 잠재우기 위해 비자금 제공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를 고소할 것을 검토중인 가운데 비자금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곳곳에서 터져나와 독일 정가는 계속 소용돌이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기민당수는 21일 당내 회계감사 결과가 나오면 콜을 출당시킨뒤 고소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혔으나 콜은 이날 기민당 신년인사회에서 “비자금 제공자를 밝힐 수 없다”고 재확인했다.
기민당은 그간 콜 부부가 가입한 생명보험 등의 연간 보험료 1만250유로(약 1100만원)를 대납해왔으나 중단키로 했다고 독일 일간지 빌트가 22일 전했다.
한편 독일 ARD TV는 1992년 프랑스 국영 정유사 엘프 아키텐이 전 동독 정유사 로이나를 인수하면서 8500만마르크(약 510억원)를 기민당에 건넨 스캔들과 관련,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이 비자금 전달을 엘프측에 직접 지시했다고 이날 폭로했다.
콜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 보도는 전적으로 거짓이며 명예훼손이라고 비난했다.
크리스티안 불프 기민당 부의장은 현재 진행중인 당내 회계감사에서 불법자금으로 보이는 900만마르크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민당은 이 추가 비자금의 출처를 조사중이다.
비자금 스캔들이 확대되면서 콜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독일 벨트지가 91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는 비자금 제공자의 명단공개를 요구했으며 59%는 콜의 정계은퇴를 주장했다. 기민당 지지도는 33%로 떨어진 반면 여당인 사민당은 41%의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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