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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인라인스케이트에 반한 박관수씨

입력 | 2000-01-23 20:28:00


오전 6시30분.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박관수씨(27)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인라인스케이트를 갈아 신는다.

‘쉬익∼’. 바퀴 구르는 소리와 함께 상쾌한 아침공기를 들이마시며 서울 송파구 풍납동 집 근처의 올림픽공원 수영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7시.

1시간 동안 물살을 가른 뒤 집에 돌아온 박씨는 아침식사와 함께 출근준비를 한다. 박씨의 직업은 예식부 사진사. 신혼부부의 표정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기념사진으로 남기는 게 그의 일이다. 넥타이가 필요없는 직업이라 출근준비에 특별할 건 없다. 즐겨 입는 청바지를 입고 무릎 보호대를 찬 뒤 잠바 하나를 걸치고 배낭을 메면 출근준비 OK.

신발에 인라인스케이트를 부착한 뒤 직장이 있는 성남시로 향한다. 코스는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에서 모란역까지. 지하철을 타면 빙 돌아가기 때문에 45분 거리. 하지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 지하철보다 빠른 4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길 사정이 좋은 곳은 도로로 가고 차량흐름에 방해가 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인도로 스케이팅을 한다. 가끔 운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박씨는 신경쓰지 않는다. 왜? ‘내가 좋으니까.’

박씨가 항상 출근을 스케이팅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눈이 오거나 도로가 빙판일 때,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갈 때는 인라인스케이팅을 하기가 어렵다. 또 스케이팅을 하다가 힘들어지면 도중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그렇지만 하루 최소한 1∼2시간은 인라인스케이팅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몸도 튼튼해져 추위를 거의 못 느낄 정도가 됐다. 답답할 때 스트레스 푸는데도 그만.

박씨가 처음 인라인스케이트를 접한 것은 96년 겨울. 당시 방위로 근무하던 박씨는 어느날 고참의 차 트렁크 안에서 인라인스케이트와 하키장비를 보고 ‘근사하다’는 생각에 장비를 구입했다. 처음엔 중심잡기가 너무 어려워 수백 번도 더 넘어졌다.

하지만 방안에서 신고 걸어다녀도 보고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훈련하기를 6개월. 박씨는 속도를 조절하며 ‘폼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인라인 하키동호회에도 가입, 매주 한차례 정도 경기를 벌였다.

자신감이 붙은 박씨는 지난해 2월 신발과 스케이트가 분리되는 탈착식 인라인스케이트가 출시되자 이것을 타고 출근도 한번 해보자며 도로로 나섰다. 신호도 무시하고 교통법규 안 지키기로 악명 높은 국내 도로를 달리다보니 해프닝도 많았다. 한번은 앞에 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자동차 밑으로 들어간 적도 있다.

시작한지 4년째로 접어들어 인라인스케이트를 능숙하게 다루는 요즘도 온몸에 상처투성이라는 박씨는 “그래도 이 운동을 하면 재미있으니까 기분이 좋아져요. 그야말로 즐기는 거죠”라며 활짝 웃는다.

▼인라인스케이트은 80년 미국서 시작▼

인라인스케이트(Inlineskate)는 1980년 미국에서 발생한 스포츠. 당시 아이스하키의 비시즌 훈련용으로 사용했는데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확산됐다.

흔히 ‘롤러블레이드’라고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용어. 롤러블레이드는 이탈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 베네통사의 자회사가 만드는 인라인스케이트의 브랜드명이다.

인라인스케이트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90년대 초반. 98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해 현재 초중고생과 성인을 포함, 약 20만명이 즐기고 있으며 PC통신과 인터넷상에서 수십개의 동호회가 활동중이다.

인라인스케이트는 크게 경주를 위한 레이싱, 건강증진과 취미생활을 위한 피트니스와 레크리에이션, X게임의 하나로 하프 파이프 등에서 묘기를 부리기 위한 어그레시브, 하키, 댄싱용으로 나뉘며 용도에 따라 바퀴의 개수와 크기가 다르다. 바퀴 재질은 특수 우레탄.

회전할 때 스키의 카빙과 같은 원리이기 때문에 스키 선수들이 여름에 인라인스케이트로 훈련하기도 한다.

가격은 성인용은 10만∼50만원대, 아동용은 3만∼10만원대로 다양하며 헬멧과 무릎 및 손목보호대 등을 세트로 구입하려면 저렴한 것을 기준으로 10만∼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