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야, 아빠 회사 갔다올게. 뽀뽀.”
윤상보씨(35·대우통신종합연구소 선임연구원)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임신 막달인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뽀뽀를 한다. 퇴근길의 차 안에서는 ‘오늘은 우리 준이한테 무슨 옛날얘기를 해줄까’ 궁리한다.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거나 ‘깊은 산속 옹달샘’같은 노래를 불러주면 준이라고 이름지은 아내 뱃 속의 아이가 아는 척 하고 톡톡 차는 게 너무 즐겁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뿐이예요. 아빠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아이가 발로 차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태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젊은 아빠들이 늘고 있다. 뱃속의 아기에게 말을 거는 건 기본. 출산을 커다란 성취나 삶의 가장 큰 이벤트로 여기는 가정적인 남편이 많아지면서 임신부를 위한 각종 강좌에 함께 참여하는 이도 적지 않다.
◆남자 목소리 더 잘들어
임신 8개월째인 이정화씨(27·서울 강남구 개포동)는 “매일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두 권 빌려오면 남편이 한 권씩 꼭 읽어주고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불러준다”며 “남편 덕에 불안감이 많이 줄어들고 아이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뱃속에서 양수를 통해 소리를 전해듣는 태아는 주파수가 낮은 남자의 목소리를 더 잘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의 김은성교수는 “아내의 기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남편”이라며 “임신부의 기분은 호르몬을 통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므로 남편의 태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IQ 월등하고 질병 덜해
좋은 태교를 받고 자라난 아이는 IQ도 월등히 높고 질병이 덜하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있다고 김교수는 전했다.
아내의 첫아이 출산을 열흘남짓 앞둔 김형석씨(31·PC통신의 ‘매뉴얼파티’ 운영자)는 재택근무를 하는 틈틈이 공부겸 태교겸 영어 테이프를 듣는다. 부모교육과 관련된 책을 1주일에 두세권 읽고 새로 알게 된 태교상식들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우기도 한다.
얼마 전엔 아빠가 분만실에 함께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병원을 수소문해 병원도 옮겼다. 아내가 다니는 문화센터의 기체조교실에도 함께 나가 호흡법을 배우며 아이를 맞을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아내와 함께 간 모임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른에게 꺼달라고 했더니 ‘너 혼자 유난떤다’며 불쾌해 하더군요. 하지만 아기를 가진 엄마나 뱃속의 아기에 대해 배려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요. 남들의 시선 때문에 나서지 못할 뿐이지 태교는 아빠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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