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면서도 전체 지구 자원의 3분의 1을 쓰고 전체 쓰레기의 절반을 버리는 나라, 미국. 최근의 경기호황으로 연간 소득이 10만(약 1억1000만원)∼50만달러(약 5억6000만원)인 가정이 1990년에서 1997년사이에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소비의 나라’에선 최근 돈의 병, ‘애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말자는 사회캠페인이 한창이라고 미국의 PBC인터넷방송이 전했다. 애플루엔자란 ‘부(Affluence)’와 ‘인플루엔자(Influenza·유행성감기)’의 합성어. 양적 성장에만 매달려온 삶이 소비지향성과 물질만능주의로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운동이다.
미국인들이 평생동안 광고를 보는 시간은 평균 1년. 20세가 되기 전 평균 100만개의 광고에 노출된다. 이 때문일까. 미국인은 쇼핑하느라 일주일에 6시간을 소비하지만 자녀와는 단지 40분을 놀아주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하루 평균 12분 대화를 나누는 기형적인 삶을 살고 있다.
1958년에 1%에 불과하던 컬러TV 보급률은 현재 97%로 늘어났으나 미국인들의 행복지수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가난했던’ 1957년에 가장 높았다. 1996년 한 조사에서 86%가 “소비를 줄임으로써 오히려 행복을 찾았다”고 응답한 것은 소비와 행복과의 상관관계를 잘 말해준다.
‘애플루엔자 감염 방지’ 사회운동을 벌이고 있는 제시 오네일은 “부자가 돼야한다고 믿는 사람들, 많이 가질수록 더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골든 게토(금의 감옥)’에 스스로를 던져 넣는 사람”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부모들이 자녀를 망칠 우려가 크다며 “부모가 돈이 많든 적든,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는 지름길은 잘못된 행동을 나무라지 않거나 규율을 안지켜도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모세대와는 달리 거저 풍족함을 누리게 된 자녀들에게 물질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가르쳐야 한다”는게 이 신문의 주장.
PBC인터넷방송의 ‘애플루엔자 자가진단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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