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후보를 지명하는 민주 공화 양당 전당대회에 파견하는 아이오와주의 대의원수는 전체 대의원의 1%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이오와 코커스는 어찌보면 선두주자를 결정짓기보다는 가망성 없는 후보를 탈락시키는 ‘필터’의 역할이 더 크다. 이번에도 공화당에서 꼴찌를 한 오린 해치 상원의원을 걸러냈다.
예상대로 공화당에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다소 미진하지만 지지율 41%로 1위를 했고 출판재벌 스티브 포브스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 덕분에 30%를 얻었다.
가장 선전한 후보는 14%로 3위를 한 앨런 키즈 전 대사. 그는 향후 선거전에서 강경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 부시의 표를 ‘오른쪽’에서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 내 온건 또는 중도파에서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부시는 ‘왼쪽’도 허전한 상태. 그러나 키즈의 약진이 매케인의 상승세를 견제함으로써 부시에 맞설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은 부시에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앨 고어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유일한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브래들리보다 두배 가까운 대의원을 확보했기 때문.
향후 관건은 브래들리가 긍정적 선거운동(Positive Campaign)을 포기하고 고어와 클린턴 행정부를 공격하는 부정적 선거운동(Negative Campaign)으로 돌아설지 여부. 그가 현 행정부의 도덕적 약점을 공격할 경우 상당한 재미를 볼 수 있다.
상대방의 전략과 관계없이 부시와 고어는 다음주로 다가온 뉴햄프셔주 예비선거까지 현재의 기세를 밀어붙여 조기에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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