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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명단' 3黨의 득실]자민련 속으로 웃나

입력 | 2000-01-25 23:35:00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 인사 명단 발표에 따른 여야 3당의 득실이 실제 16대 총선에서는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색다른 전망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우선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자민련은 결과적으로 ‘최대 수혜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말이 많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비롯한 자민련의 상당수 중진 의원들이 ‘공천 부적격자’로 꼽히는 바람에 충청권 내에 자민련에 대한 동정 여론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4, 25일 자민련과 국무총리실에는 총선시민연대를 비난하는 충청권 주민들의 격려 전화가 꼬리를 이었다. 총리실의 한 비서관은 “대전의 한 대학교수가 전화를 걸어와 시민단체와 민주당을 한통속으로 규정한 뒤 ‘차제에 민주당과 갈라서라’고 촉구하더라”면서 “JP도 겉으로는 화를 내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도 “15대 총선 때 ‘충청도 핫바지 발언’이 충청표 결집을 이끌었듯이 이번 명단 발표가 그런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역시 지금 당장에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무엇보다 총선시민연대의 배후에 민주당이 있다고 단정하는 자민련이 한나라당과 공동 보조를 취할 공산이 커 ‘2여(與) 1야(野)’가 ‘1여 2야’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

반면 민주당은 이와 정반대로 겉으로는 득이지만 속으로는 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총선시민연대의 명단 발표로 민주당의 개혁성향이 부각된 것은 좋은데 엉뚱하게 ‘음모론’이 불거져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

특히 자민련의 반발이 예상 밖으로 거세 총선 성패를 가를 수도권에서 충청 출신 유권자들의 지지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우려가 많았다.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시민연대가 명단을 발표하자 당장 인천 남동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충청 출신 주민들의 지지가 갑자기 차가워졌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득실이 반반이라는 분석이 많다. 자민련의 ‘충청권 결집’으로 이 지역에서 선거를 치르기가 더 어려워진 반면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음모설로 영남권과 보수층을 상대로는 오히려 상황이 더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