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금융 확대는 올해 은행권 경영전략의 공통된 화두다. 모든 은행이 우량 개인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쓴다. 일찌감치 소매금융을 특화시킨 주택 국민은행은 우량은행 지위를 굳건히 다지면서 다른 은행들의 시샘 섞인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여신규모가 큰 만큼 부실위험도 높은 기업금융은 당연히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 위성복조흥은행장은 최근 “너도나도 가계금융에만 치중하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돈을 제때 공급해주는 역할은 누가 맡느냐”고 되물었다.
위행장의 발언에는 조흥 한빛 외환 등 기업금융에 주력해온 선발 시중은행들의 ‘항변’이 담겨 있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 총대출 중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75∼80%에 이르는 이들 은행은 대우사태로 1조원대의 추가부실을 떠맡는 바람에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떨어졌다.
“경기가 좋던 시절 대기업을 상대로 편하게 장사했지 않느냐”는 지적엔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불만이란 표정.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에 인수된 제일은행이 ‘외국계 은행’이라는 이유로 주대우에 이어 한보철강 등 과거 부실기업과의 주거래관계를 청산할 방침을 세우면서 결국 빈자리는 국내 은행의 몫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김병연(金炳淵)연구위원은 기업금융을 다루지 않으면 우량은행이 되고 기업에 빌려준 돈이 많으면 부실은행으로 취급받는 현 상황을 ‘실물경제의 위기’라고 표현했다. 기업금융 기능이 위축되면 기업자금난과 설비투자 축소를 불러 이제 겨우 회복단계에 들어선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논지다. 기업금융을 ‘천덕꾸러기’로 계속 방치할 것인지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둔 지금 당국과 금융권이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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