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잉코치가 되면 책임감이 그토록 강해지는 것일까?
여자프로농구 현대건설 레드폭스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전주원(1m76). 그는 왼손 중지와 약지를 함께 반창고로 친친 감았다.
22일 춘천에서 열린 숙적 삼성생명 페라이온전에서 자기보다 키가 9cm나 큰 정은순(1m85)을 수비하다가 왼손 약지 인대를 크게 다쳤기 때문.
그러나 시퍼렇게 멍든 손가락을 감고 그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 마치 남자 프로농구 삼보 엑써스의 플레잉코치 허재가 왼손 새끼손가락 인대가 끊어지고도 붕대로 감싼 채 투혼을 발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 전주원은 ‘여자 허재’?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00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현대건설-신세계 쿨캣의 2라운드 경기.
현대건설이 전주원(21득점 7어시스트)-권은정(23득점)-김영옥(20득점) ‘3인방’이 모두 20득점이상을 올리는 활약에 힘입어 93-86으로 승리를 거뒀다.
3쿼터까지 스코어는 73-63으로 현대건설의 10점차 리드.
하지만 4쿼터 들어서자 마자 신세계의 반격이 시작됐다. 신세계는 이혜진의 3점슛을 시발로 이언주와 장선형이 3연속 골밑슛을 터뜨리며 종료 6분8초를 남기고 74-76으로 현대건설에 2점차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노련했다. 전주원의 자로 잰듯한 패스를 우중간에서 받은 박명애의 3점슛을 시작으로 2분간 권은정 김영옥의 레이업슛이 쏟아지며 내리 9득점, 85-74로 다시 달아나며 승리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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